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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천이 뭐길래]]‘시스템공천’ ‘혁신공천’은 어디로…탈당·무소속 쏟아지고 비례도 골치
시스템 공천·혁신공천 ‘무색’…인적 쇄신 ‘실종’

민주당, 민병두·문석균·오제세 등 무소속 출마 강행

통합당, 지역구 공천 반발에 비례정당과 불협화음

[헤럴드경제=정윤희·이현정 기자]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공천을 위해 조직 폭력까지 동원해 당수의 자택을 점거하던 1960년이 2020년으로 숫자만 바뀌었을 뿐, 너죽고 나죽자는 식의 공천 불복종, 파동은 우리 정치의 여전한 모습이다.

지난 20일 김원성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의 실종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미래통합당 부산 북강서을 공천을 받았다 개인 신상 의혹을 이유로 공천이 취소되자, 자사을 암시하는 유서를 써놓고 사라진 것이다. 다행히 한 기도원에서 발견됐고, 결국 공천을 둘러싼 헤프닝으로 사건은 종결됐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청년위원장, 전용기 대학생위원장(왼쪽), 황희두 중앙선대위 공동위원장(오른쪽), 청년 영입인재인 이소현(가운데), 이소영 씨 등이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인 문석균 씨의 불출마를 요구하며 민주당 영입인재로 의정부갑에 공천된 오영환 후보에 대한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

이날 사건은 2020년에도 공천 사태가 우리 정치의 여전한 현실임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공천 불복에 따른 탈당, 무소속 출마, 사퇴, 편법 비례 정당에 이르기까지, 여야 모두 공천을 둘러싼 혼란과 충돌만 난무할 뿐 애초 약속했던 인적 쇄신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총선 1년 전부터 공천룰을 확정하는 등 ‘시스템 공천’을 표방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무색할 정도로 일부 지역에선 반발 움직임이 거세다. 이미 일부 현역 의원들은 물론, 지역구에서 오랫동안 표밭을 다졌지만 낙천한 예비후보들의 무소속 출마가 잇따르고 있다.

경기 의정부갑의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인 문석균 씨가 대표적이다. 문 씨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무소속으로 출마한다고 선언했다. 당초 문 씨는 ‘세습 논란’이 불거지자 자진해서 출마의 뜻을 접었다. 그러나 지역 연고가 없는 청년 소방관 출신 오영환 씨가 전략공천되자 당직자 400여 명이 사퇴 결의를 하는 등 거센 반발이 이어졌고, 이는 곧 문 씨의 출마 요청으로 이어졌다.

서울 금천에 출사표를 낸 차성수 전 구청장도 갑작스런 전략 공천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당초 금천은 현역인 이훈 의원, 이목희 전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차 전 구청장의 3파전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 의원이 불출마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 의원은 전략 공천을 주장한 반면 나머지 예비후보들은 단수 공천이나 경선을 요구했다. 당 지도부가 논의 끝에 최기상 전 판사를 전략공천하자 지역 내에선 파열음이 터져나왔다.

현역 의원들의 무소속 출마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동대문을의 민병두 의원이 컷오프(공천배제)되자 지난 15일 무소속으로 4선에 도전하겠다고 밝혔고, 충북 청주 서원의 오제세 의원 역시 컷오프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기로 했다.

일부 지역에선 무소속 연대까지 만들어졌다. 강원 지역의 조일현(홍천·횡성·영월·평창), 권성중(원주갑), 장승호(동해·태백·삼척·정선) 예비후보들은 공천 결과에 반발해 집단적으로 무소속 출마에 나섰다. 조 예비후보와 장 예비후보는 선거구 조정에도 불구하고 원경환 예비후보가 공천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고, 권 예비후보는 추가 공모 없이 이광재 전 지사를 경선에 임하도록 한 것에 반발해 탈당했다.

잇따르는 무소속 출마에 당 일각에선 표심이 분산되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강원 등 험지로 꼽히는 지역에서의 ‘무소속 러시’는 불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총선은 정부여당의 심판론 성격이 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일부 후보들의 무소속 출마로 인해 자칫 어부지리 꼴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일부 지역에선 검찰 조사로 인해 공천 무효가 되는 일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전날 광주 광산갑의 이석형 예비후보의 공천을 무효화하고 경선에서 패한 이용빈 예비후보를 공천자로 결정했다. 당초 이용빈 예비후보는 이석형 예비후보의 불법 선거운동을 이유로 재심을 요청했지만 당 지도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이 이석형 후보의 선거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본격 수사에 나서자 당 지도부는 돌연 경선 결과를 뒤집었다.

미래통합당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안으로는 지역구 공천 반발에 따른 무소속 출마가 이어지는가 하면, 밖으로는 비례용 자매정당 미래한국당과의 비례공천 갈등에 휩싸였다.

'불공정 공천에 희생된 전 자유한국당 서울·수도권 당협위원장 일동'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무소속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초반에는 순항하는 듯하던 김형오 공관위원장의 ‘혁신공천’은 대구경북(TK) 공천을 전후해 흔들리기 시작했다. 공천 배제(컷오프)에 따른 반발이 극심한데다, 일부 지역에서 김 위원장과 가까운 인사가 공천을 받으며 사천(私薦) 논란까지 불거졌다.

급기야 지난 13일에는 서울 강남병에 공천한 김미균 시지온 대표가 ‘친문(親文) 논란’에 휩싸이며 공천을 철회했다. 김형오 공관위원장도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16일에는 당 최고위가 서울 강남을 공천을 받은 최홍 전 맥쿼리투자자산운용 대표의 공천을 취소키도 했다. 최 전 대표는 사천 논란에 거론되는 인사 중 하나다.

영남지역에서는 공천 반발 인사를 중심으로 ‘무소속 연대’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경우 텃밭 표심 분산으로 전체 총선 전략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무소속 출마 중 대표적인 인사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다. 홍 전 대표는 자신의 컷오프를 두고 “황 대표가 김형오 전 공관위원장과 손잡고 대선 경쟁자를 쳐냈다”고 주장했다. 홍 전 대표는 대구 수성을 무소속 출마를 예고한 상태다.

앞서 김태호 전 경남지사 역시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윤상현(인천 미추홀을), 권성동(강원 강릉), 곽대훈(대구 달서갑), 정태옥(대구 북구갑) 의원도 무소속으로 출마한다. 이밖에 백승주(경북 구미갑), 이주영(경남 창원마산합포), 김재경(경남 진주을) 의원도 무소속 출마 여부를 검토 중이다.

yuni@·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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