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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40 새 시대 정치인에 희망을 품고 떠나는 4선 강창일 의원
-20대 식물국회에 대한 아쉬움, 새 정치 위한 불출마 선언으로
-싸우며 큰 50·60대와 달리 30·40은 대화와 타협이 기본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유동현 수습기자]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4선 의원이자,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제주도 및 전국적인 선거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강창일 의원의 양복 상의는 다른 의원들과 조금은 다르다. 저 멀리서도 국회의원임을 알 수 있는 황금색 배지가 그의 재킷에는 없다.

“엘리베이터에서 국회 배지를 달고 있으면 싸다구 맞기 딱 좋은 분위기야. 시민들이 국회의원을 짐승 취급해. 국회의원들은 이것을 알아야해. 배지 잘못 달고 어디 술집가면 따귀 맞어”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이해찬 대표와 오찬을 마치고 식당을 나서고 있다. [연합]

강 의원이 탄탄한 지역구 기반과 16년 4선 의원의 영광을 미련없이 포기한 이유다. 불출마 선언 이후 그의 표정은 예전보다 밝아졌다. 강 의원은 “내가 직접 출마를 안하니 재미있다”며 “남을 도와주는 게 기분이 좋다”고 홀가분한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내 것을 탐하는 게 아닌, 봉사하는 마음으로 사는 자의 여유인 셈이다.

불출마 선언에는 동물·식물 정치로 전락한 20대 국회에 대한 반성과 아쉬움이 깔려있다. 강 의원은 “20대 국회가 식물 국회가 되다보니 자괴감이 들었다”며 “법도 제대로 통과되지 못하고 하나도 되는 게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자괴감 때문에 배지를 한번도 달고 다니지 못했다”며 “세비 몇 푼 받으려 여의도를 왔다갔다 하는 느낌이 드니, 그냥 여의도 자체에 오고 싶지가 않더라”고 이제 두 달 남은 20대 국회를 아쉬워했다.

이런 아쉬움은 정치 세대교체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강 의원은 “국회 정치가 실종됐다. 정치 혁신을 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회가 국민들에게 탄핵당할 수 있다는 절박감을 2~3년 전부터 느끼며 고민해왔다”며 “이제 국회의원들의 인적 구성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이 생각하는 정치혁신은 마름모를 피라미드로 바꾸는 구조 개혁이다. 강 의원은 “30대와 40대가 중심이 되고 50대와 60대가 그 위에 있는 피라미드 구조가 돼야 한다”며 “지금은 50대가 중심이고 30대와 40대가 거의 없는 잘못된 마름모꼴 인적 구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의원은 “국회가 민의의 전당이 되려면 다양한 세대의 다양한 사람들이 와서 서로 노력하면서 소통하고 법도 만들며 정치를 해야 한다”며 “이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 맞춰 새로운 가치와 이념을 가진 30대와 40대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

이를 위해 자신과 같은 선배 정치인들이 할 일도 많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지역에서는 다선의원이 있어야 한다며 출마해달라는 요청도 많았지만, 세대교체를 위한 불쏘시개 역할을 하자는 생각”이라며 “중앙 정치에서는 세대교체의 불쏘시개로, 제주도에서는 박수 받고 떠나는 선배 정치인의 전통을 만들고 싶다”고 희망했다.

3040 세대가 중심이된 새 정치에 대한 희망도 숨기지 않았다. 강 의원은 “양 극단을 가운데로 끌고가 묶는 것이 정치고, 생산적인 국회”라며 “30대, 40대 의원들을 보면 여야를 떠나 서로 대화하며 경청도 하고 상대방도 존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보다 발전된 대한민국 정치와 국회를 그렸다.

강 의원은 “지금 50대와 60대는 싸움하면서 커온 세대지만, 이제 시대 흐름은 새로운 세대로 넘어가는 것”이라며 “이런 문제를 정치에 제기해놓고 또 조금씩 바꿔가는 것 자체도 공이라면 공이라고 생각한다”고 선배 정치인의 불출마 결심을 재차 강조했다.

후배 세대에게 정치를 양보하고 떠나는 강 의원은, 이제 고향 제주도를 위해, 또 대 일본 외교 전문가로 활동한다. 강 의원은 “제주도에서는 미래를 위한 연구원과 싱크탱크를 만들 것”이라며 “서울에서는 한일문제 해결 등을 위해 시민단체와 손잡고 할 일도 많다”고 강조했다.

20대 국회에서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강 의원은 한일 갈등 해결에 대해 “한일 양국 정부의 의지의 문제”라며 “지금은 코로나19 등으로 스톱됐지만, 한일 관계가 좋아져야 한다는 인식을 양국이 같이하고 있고, 그렇기에 해결을 위한 길들도 많이 보인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강 의원은 “5월이 되면 국회에서 겪으며 메모해뒀던 것들을 책으로 쓸 것”이라며 정치인 선배로써 후배 정치인들에게 또 하나의 교훈과 희망이 되길 바랬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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