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유기골격체(MOF) 촉매 반응을 통해 바이오매스를 화학원료로 전환하는 메커니즘을 형상화한 ‘미국 화학회 촉매’ 3월호 표지.[한국화학연구원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화학산업의 필수기술인 수소화 반응이 상온에서 고가의 귀금속 촉매를 사용하지 않고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한국화학연구원은 화학공정연구본부 황영규 본부장과 울산대 정재훈 교수 공동 연구팀이 상온에서 수소화반응을 가능케하는 촉매기술과 수소화반응에서 일어나는 수소 전달 매커니즘을 새롭게 규명했다고 31일 밝혔다.
수소화 반응은 액상수소원과 반응물을 촉매에 함께 넣으면, 수소가 촉매를 거쳐 반응물에 전달돼 반응이 이뤄져, 새로운 생성물을 얻는 화학반응이다.
플라스틱·연료·섬유·고무 등을 생산하는 석유화학공정의 중간체, 의약품·화장품 등을 생산하는 정밀화학공정의 중간체, 바이오 화학공정의 바이오매스를 합성하는 데 널리 쓰인다. 화학산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기술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수소화 반응은 100℃ 이상의 고온에서 이뤄지는데, 고온으로 높이기 위해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고 온실가스를 배출해 상온으로 낮추기 위한 연구가 이어졌다. 하지만 상온에서의 수소화 반응은 경제성이 떨어지는 게 문제였다. 팔라듐과 플래티늄 등 값비싼 귀금속 촉매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금속유기골격체(MOF·Metal Organic Framework) 촉매에 알코올을 넣고 단순 가열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이 문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했다.
MOF 촉매에 알코올을 넣고 끓이자 MOF의 지르코늄 산화물 부분에 활성점(반응하는 자리)이 생겼다. 이렇게 반응 자리가 늘어나자 촉매 표면이 활성화되고, 활성 에너지를 낮춰 상온 30℃에서도 쉽게 수소화 반응이 이뤄진 것이다.
연구팀은 신형 MOF 촉매를 이용해 상온에서 바이오매스 ‘퍼퓨랄’을 화학원료 ‘퍼퓨릴 알코올’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석유화학공정과 바이오화학공정 등의 중간체 7종을 만드는 데 성공했고, 신형 MOF 촉매가 상온에서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화학공정에서 골칫거리로 취급받던 폐열을 반응열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석유화학공정 등에서 발생하는 폐열은 보통 80℃ 이상인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여 냉각수로 식혀 40℃ 이하로 떨어뜨린 후 공기 중으로 배출하는 경우가 많다.
냉각수로 식힌 폐열을 새로운 수소화 반응의 반응열로 활용하게 되면 폐열 재활용은 물론이고, 온실가스 감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수소 전달 메커니즘도 새로 규명했다. 실제 실험과 계산과학을 통해 수소화 반응이 촉매와 반응물의 6각링 전이상태를 거치는 게 아니라, 8각링 전이상태를 거쳐 진행된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지난 10년간 연구자들은 미국 위스콘신대 화학생물공학과 듀메식 교수가 설명한 6각링 전이상태를 바탕으로 촉매를 만들어왔다. 지금까지 전이상태를 잘못 알고 있던 것이다.
황영규 본부장은 “수소 전달 과정의 전이상태 중간체가 밝혀졌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촉매 반응경로 연구 등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며 “석유화학과 정밀화학, 바이오화학 공정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연구성과는 촉매 분야 국제학술지 ‘미국 화학회 촉매(ACS Catalysis)’ 3월호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