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고려 사항에 인물 대신 정당·정책이 1순위로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진보와 보수로 나뉜 한국 정치의 대립각이 이번 총선을 계기로 더욱 날카로워 지고 있다. 수십년된 영·호남의 정치적 편가르기, 민주화 이후 부각된 세대간 갈등은 시간이 흐르며 한층 강화된 모습이다. 여기에 남녀간 갈등이라는 새로운 양상까지 더해졌다.
총선을 이틀 남겨둔 13일 여야는 막판 지지층 결집에 총력을 쏟았다. 자신들의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지역과 세대, 그리고 성별을 향해 투표장으로 나와 찍어줄 것을 호소한 것이다. 이례적으로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지난 주말 사전 투표를 놓고서 여야의 엇갈린 분석은 이런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휴일인 12일 더불어민주당 서울 종로 후보인 이낙연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서 진선미, 강동갑, ㅇ 이해식 강동을 후보와 함께, 미래통합당 종로 후보인 황교안 총괄선대위원장이 청계광장에서 나경원 동작을 후보, 유승민 의원 등과 함께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연합] |
더불어민주당은 26.69%를 기록한 사전투표율과 관련 30·40 세대의 적극적인 투표현상으로 해석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정부에 힘을 몰아주자는 우리측 지지자들이 많이 나온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전체 투표율이 높다면 젊은 층이 더 많이 참여 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50%가 넘는 압도적 지지를 보내고 있는 30·40 세대의 결집에 고무된 것이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숨은 보수, 즉 20대 남성과 60대 이상 장년층의 사전투표율에 주목했다.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은 “과거 사례를 보면 수도권에서도 사전 투표율이 높은 경우 야당에 유리한 결과가 나타났다. 사전투표율이 높은 것은 비교적 고무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선거 전 여론조사 등에서 이미 결집이 끝난 여권 지지층과 달리, 여론조사 등에서 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던 보수 층이 행동으로 나섰다는 해석이다.
지지층 결집을 위한 호소는 계속됐다.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선거란 항상 끝날 때까지 알 수 없는 것이기에 긴장을 늦추지 말고 낮은 자세로 겸손하게 국민에게 한표를 호소해달라”고 당부했다. 비례표가 ‘친문’ 선명성을 앞세운 다른 위성정당인 열린민주당으로 흩어질 가능성을 경계한 것이다.
앞서 정봉주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주말 “여기 있는 후보들이 당신들보다 못한 삶을 살았느냐. 입에서 나오는 대로 다 지껄이냐”며 “여기서 악착같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강성 여권 지지층의 결속을 위한 강한 발언을 내뱉었다.
보수 야권도 마찬가지다.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는 “지역구 의원이 없는 정당은 3% 이상 득표를 못하면 모두 사표”라며 “문재인 정부 견제와 폭주를 막을 수 있도록 미래한국당 둘째칸에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보수를 자칭하고 나선 비례정당들의 표 나눠먹기 전략 차단에 애썼다.
실제 사전투표를 마친 민심도 보다 색채가 뚜렸해졌다. 12일 종로 통인동의 한 음식점 주인 박모(50) 씨는 “민심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며 “그 성난 기운이 누구에게 도움될 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앞서 중앙선거관위원회와 한국갤럽의 투표의향 조사에서도 유권자들은 후보 결정시 고려사항으로 소속 정당(31.1%)과 정책·공약(28.7%)을 가장 많이 꼽았다. 지난 총선에서 인물과 도덕성을 최우선 고려사항이라 답했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대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물에 대한 정보가 굉장히 부족한 상태에서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측면이 있다”며 “탄핵 이후 정당과의 일체감이 굉장히 강화됐다”고 이번 총선의 세대결 양상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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