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열린민주당은 웃지 못했다. 당선자는 배출했지만, 한 때 10%를 넘나들던 지지율은 개표 결과 신기루처럼 반토막 났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비례정당투표 기호 10번인 열린민주당은 5.3% 득표에 그쳤다. 3%이상 정당에게 배분되는 비례 국회의원을 3명 배출했다.
정봉주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이 손혜원 의원 등과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보훈회관에 차려진 선거사무소에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본 뒤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다. [연합] |
비례후보 1번인 김진애, 2번 최강욱, 3번 강민정 후보 정도까지 안정권이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나 주진형 전 한화증권 대표 등 공격적인 여권 나팔수를 앞세워 독자 교섭단체 구성까지 노렸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결과다.
이 같은 열린민주당의 부진은 여론조사 등에서도 예견됐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6~8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9명을 대상으로 비례대표 투표 의향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한 결과 열린민주당은 12.3%의 지지를 얻었다. 전주 같은 조사 대비 2.1%포인트가 내린 것이다. 한달 전 조사에서 더불어시민당을 앞서기도 했던 것과 비교하면 선거를 앞두고 하락 폭이 컸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더불어시민당에 표 몰아주기가 작동한 결과로 해석했다. 투표 1주일을 앞두고 실시된 같은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 중 더시민 투표 의향자는 전주 대비 5.1%포인트 늘어난 48.9%였고, 열린민주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는 5.3%포인트 내린 22.6%였다. 열린민주당에서 빠진 민주당 지지층이 더시민으로 이동한 셈이다.
선거 막판 민주당 지도부의 거리두기도 효과를 봤다. 열린민주당의 구애에 민주당 지도부는 “민주당을 참칭하지 말라”라던가 “그런 자식 둔 적 없다” 등의 강한 거리두기 멘트를 쏟아냈다. 손혜원 의원은 “열린민주당에 대해 도가 지나치게 경계하는 여러 활동들이 있었고, 올라가던 지지율이 꺾이는 것을 결국 막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이에 한 때 당 지도부가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섭섭함을 공개적으로 나타내기도 했지만, 결국 범 여권이라는 틀 안에서 공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김진애 후보는 선거 직전 인터뷰에서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은 20대 국회 초반에 몇 개의 당을 합쳐 교섭단체를 만들어 대표를 하신 적이 있다”며 “이번에도 필요하면 범민주개혁진영에서 민주당이 아닌 분들이 같이 만들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공식 비례정당 격이던 더불어시민당과 합당하는 방법으로 원내 제2의 여권 교섭단체로 나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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