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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과학칼럼] 출연연 조직문화 점검을…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는 초기에 다른 나라보다 먼저 위기를 맞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정부 주도 아래 체계적 대응, 의료계의 헌신과 봉사, 성숙한 시민의식, 앞선 과학기술력 등을 통해 방역에 성공한 세계적 모범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대한민국의 국격과 위상이 수직 상승한 것을 절감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일상생활에서도 다양한 변화가 일고 있다. 대표적으로 재택근무가 급속히 확산되고 다양한 언택트(untact) 기술이 일상화되면서 직장인들의 전통적인 근무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재택근무가 90% 이상인 회사도 생겨나며 의사소통의 부재 등을 해결하기 위한 조직문화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출연연구원의 조직문화를 생각해본다. 출연연은 조직별·개인별로 높은 칸막이와 사일로(silo)화로 ‘협력’보다는 ‘나 홀로’가 주류 조직문화가 됐다. 이럴 때 재택근무나 언택트 기술 등 개인 중심, 비대면 활동이 확대된다면 꼭 필요한 협력·융합 연구를 어떻게 추진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오늘날 4차산업혁명의 초연결시대에서 출연연 연구자들이 자기 일에 즐거움을 느끼고 일의 의미를 찾으며 이를 통해 연구자의 성장 및 가치 있는 연구 성과로 연결될 수 있는 협력적 연구 환경과 조직문화의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올해부터 ‘유연근로제’를 전격 도입했다. 연구직은 재량근로제, 행정직과 기술직은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보상휴가제 등 직종 및 업무 성격에 따라 적용,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의 시범 적용 및 올해 현재까지의 유연근로제 운용에 대한 전체 구성원의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본인 재량에 맞게 연구 및 실험 스케줄 등을 자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연구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때때로 프로젝트 회의, 조직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연구행정 업무 등의 조율 등에서 사소한 갈등이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달라진 연구 환경에 대부분 잘 적응해가고 있다. 애초 전격적으로 재량근로제를 도입할 경우 일부에서 우려했던 근태관리 등의 문제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출연연의 자율성 확대 측면을 고려할 때 연구 분야에 재량근로제 도입이 유용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국가적 재난은 과학기술 부문의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응답을 요구한다. 공공부문에 속한 정부 출연연구원의 연구·개발은 이러한 국가적·사회적 요구에 대한 수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출연연이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의미 있는 성과를 보다 협력적·도전적으로 창출해낼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자율성과 창의성이 생명인 연구·개발(R&D) 업(業)에 종사하는 연구자들에게 자유도를 높여주고, 여기서 얻은 에너지로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된다.

연구자는 자율적 환경에서 스스로 연구를 주도하고 적극적으로 성장 기회를 찾으며, 이런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심리적 안정감이 동료와 자연스러운 토론 등의 상호작용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러한 연결이 협력적·융합적 아이디어, 개념 또는 사업으로 확대될 수 있다. 그리고 연구자의 개인적 관심 분야를 국가 수요와의 정합성이 유지되도록 최대한 정렬시키면 된다. 이 같은 과정이 반복되면서 자율적 연구문화가 자연스럽게 조직문화로 내재화된다. 다만 이 과정은 하루 이틀에 이뤄지지 않는다.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김복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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