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역할론도 계파 의원 성적에 입지 좌우
유승민 미래통합당 의원이 14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광덕동로에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안산단원을에 출마한 박순자 후보 지원 유세를 하며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 |
제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역대급 참패’를 기록하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과 조기 전당대회가 불가피해졌다.
정치권에서는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 유승민 통합당 의원 등이 구원투수로 거론되는 상태다. 당분간 통합당 비대위 구성과 전당대회 등 당 재건 과정에서 극심한 혼란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총선에서 통합당은 지역구 253곳 중 84곳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미래한국당의 비례의석을 합치더라도 개헌저지선(100석)을 겨우 넘는 103개의 의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당 안팎에서는 근본부터 재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통합당은 ‘지도부 공백’에 빠진 상태인 만큼, 당장 지도부 구성부터 문제다.
황교안 대표는 전날 밤 자신의 종로 패배와 당의 총선 대패가 확정되자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황 대표는 “총선 결과에 책임을 지고 모든 당직을 내려놓겠다”며 “일선에서 물러나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저의 역할이 무엇인지 성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기 안양동안을에 출마했던 심재철 원내대표를 비롯해 서울 광진을에 도전했던 오세훈 후보,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나경원 전 원내대표 등 지도자급 인사들이 모두 낙선했다.
또, 부산 남구을에서는 이언주 후보가, 세종 세종을에서는 김병준 후보가 각각 고배를 마셨다. 그나마 부산 사하을에서 조경태 수석최고위원이 5선 고지를 밟는데 성공하면서 가까스로 체면치레를 했다.
때문에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아 대대적인 쇄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통합당을 근본부터 뜯어고치기 위해서는 강력하고 단호한 리더십을 가진 김 위원장이 적임자라는 판단이다. 다만 김 위원장은 총선 후 당을 떠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수락 여부는 미지수다.
보수통합의 한 축이었던 유승민 의원의 역할론도 점쳐진다. 바른미래당, 새로운보수당 등을 이끌며 ‘중도개혁보수’로 자리 잡은 유 의원은 총선 불출마에도 당 후보들의 유세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왔다.
다만, 이른바 ‘유승민계’의 총선 성적표에 유 의원의 입지가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혜훈(서울 동대문을), 오신환(관악을), 지상욱(중구성동구을), 이준석(노원병) 후보는 낙선했지만 김웅(송파갑), 강대식(대구 동구을), 김희국(경북 군위의성청송영덕), 하태경(부산 해운대갑), 유의동(경기 평택) 후보는 당선됐다.
당의 공천배제(컷오프) 결정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를 감행했던 홍준표, 김태호 당선인이 복당할 경우 당권을 둘러싼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 잠룡 중 하나로 꼽히던 홍 당선인과 김 당선인은 당선소감에서부터 복당을 예고한 상태다. 이들이 통합당으로 복귀할 경우 당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정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