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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각장애인 촉각으로 소리 인식한다…ETRI ‘촉각피치 시스템’ 개발
- 장갑끼고 손가락 위치별 진동 느껴 음의 높낮이 파악 가능
- 인공와우 청각장애인 임상 연구 참여해 노래 부르기 성공

ETRI 연구진이 개발한 촉각 피치 시스템으로 진동을 통해 정확한 음정을 파악하는 훈련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ETRI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청각장애인들이 촉각으로 소리를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주위 소리와 자신의 목소리의 음높이를 분석해 촉각 패턴으로 변환해주는 ‘촉각 피치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청각장애인들도 인공와우 수술을 받으면 일반인과 원활한 구어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의료와 ICT의 발전이 이뤄졌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의사소통에 필요한 소리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정도이며 음의 높낮이를 구분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실제 청각장애인들은 이로 인해 청각장애인들이 음악을 감상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활동에 많은 제약이 있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ETRI는 청각이 아닌 촉각 신경을 통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음악이나 소리 등 청각 정보로부터 소리의 주파수 신호를 뽑아내, 음을 인식한 뒤, 촉각 패턴으로 만들어 착용자의 피부에 전달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기술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주변 소리나 자신의 목소리에서 나오는 음의 높이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연구진이 고안한 방법은 주변에서 4옥타브 계이름 ‘도’ 소리가 들리면 사용자가 왼손에 낀 장갑을 통해 검지 첫째 마디에 진동이 느껴지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손의 구조와 인지 용이성을 설계에 반영해 한 손에 3옥타브에 해당하는 36개의 음계를 촉각 패턴으로 표현했다.

손 부위별 진동 위치에 따라 음의 높낮이를 파악할 수 있기에 주변 소리와 내 목소리의 높낮이를 촉각으로 익히는 훈련이 한 달가량 필요하다.

함께 개발된 학습 방법 및 훈련 과정을 거치면 자신의 목소리를 원하는 음에 맞춰 낼 수도 있다.

연구진은 촉각 피치 시스템의 효과를 관찰하기 위해 강남대학교와 위탁연구를 수행했다.

임상연구에는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청각장애인 2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약 한 달간 15시간 훈련을 통해 촉각을 이용해 음을 이해하고 자신의 목소리로 원하는 음을 낼 수 있는 능력이 약 3배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촉각으로 훈련한 노래를 정확한 음으로 낼 수 있게 되었다.

촉각 피치 시스템과 언어 재활 훈련법 병행 연구를 발전시켜나가면 청각장애인들이 언어뿐 아니라 음악 활동도 동일하게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시스템의 착용성 및 완성도를 개선 시키고 보다 효과적인 특수교육법 및 훈련 기법 표준안을 만들기 위해 관련 협회 및 단체와도 협력을 진행할 예정이다.

신형철 ETRI 휴먼증강연구실장은 “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닌 우리 사회 소수자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적정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이 기술이 실질적으로 여러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따뜻한 복지 ICT로 많이 활용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향후 더욱 쉽게 훈련을 진행하고 편한 착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손목 암밴드 등 웨어러블 형태로 장비를 개발할 계획이다.

nbgkoo@heraldcorp.com

촉각 피치 시스템의 장갑형 버전과 밴드형 버전 장비 모습.[ETRI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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