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주소 동일 업종, 사장은 여러명…일명 ‘사업장 쪼개기’
공정위, 경쟁성 침해 판단되면 DH 기업결합과 연계해 검토할 것
배달의민족 “국세청 발행 사업자등록증, 거부할 권리 없어”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수수료 개편’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배달의민족(배민)’이 ‘가맹점 탈세 묵인’ 논란에까지 휩싸였다. 배민은 가맹점만 14만개에 달한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는 딜리버리히어로(DH)와 배민의 기업결합 심사에서 가맹점 탈세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한국외식업중앙회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배민 입점업체 세금 탈루 묵인 정황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외식업중앙회는 의견서에서 “배민이 광고수수료 증대를 위해 입점 업체의 세금 탈루를 눈감아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배민 가맹점의 세금 탈루는 일명 ‘사업장 쪼개기’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주소지에 사업자를 여러 명 등록해 사업장을 쪼개는 방식이다. 실제 영업점은 하나지만 대표자명·상호명·사업자등록번호 등은 제각각이다. 사업장 쪼개기는 영업점당 보통 2~3개에서 많게는 6~7개까지 이뤄졌다.
사업장이 쪼개지면 낮은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현행 세법에 따라 연매출 4800만원 미만 자영업자는 간이과세자로 분류돼, 업종에 따라 2~4% 세율을 적용받는다. 연매출 3000만원 미만이면 부가세를 면제받을 수도 있다. 일반과세자 세율은 10%다.
이는 배민 광고 정책을 편법으로 악용한 방식이다. 사업자등록증에 기재된 상호와 광고상호가 달라도 현재 배민에 등록할 수 있다. 사용자가 보는 광고상호는 ‘A’로 똑같지만 사업자 정보에 명시된 상호는 각각 ‘B’ ‘C’로 다르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외식업 동일 주소·업종에 여러 사업자가 등록하는 경우는 흔한 일이 아닌 만큼 탈세 소지가 있다”면서 “조세범처벌법 3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탈세금액의 2배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측은 “배민이 가맹점을 들일 때마다 사업자등록증과 영업허가증을 확인하고 있어 탈세를 인지할 수밖에 없다”며 “광고 수익을 위해 탈세를 눈 감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의견서를 접수한 공정위도 배민과 DH 합병 후 탈세 문제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배달앱 1위 배민이 DH의 ‘요기요’ ‘배달통’과 합치면 사실상 업계 점유율이 100%다. 공정위 관계자는 “배민 입점 업체들이 실제로 세금을 탈루했는지 법리적 결과가 나온 후 이 문제가 시장경쟁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되면 DH와의 합병과 연결해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배민 측은 “사업장 쪼개기를 하는 일부 기업이 배민에 입점해서 발생한 일”이라며 “사업자등록증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플랫폼사업자의 의무이기 때문에 사업장 쪼개기를 관리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코로나19로 외식업계가 큰 타격을 받는 와중에도 배민은 수수료 개편을 강행해 큰 논란을 샀다. 이에 배민은 다음달 1일부로 수수료 기반이 아닌 본래의 정액제 체제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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