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바둑에서는 컴퓨터가 사람을 이기지 못할 것이라는 많은 사람의 예상을 뒤엎고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다. 이 세기의 대결 이후로 우리나라에서도 인공지능의 능력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2012년 ‘컴퓨터비전(인공지능의 한 분야로 컴퓨터를 사용하여 인간의 시각적인 인식 능력을 재현하는 연구)’ 분야의 올림픽인 ‘ILSVRC’ 대회에서 ‘알렉스넷’이라는 딥러닝 방식의 알고리즘이 기존의 방법들을 획기적으로 뛰어넘는 성능을 보여줬다. 알파고도 이러한 분야 중 하나다. 현재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를 볼 때, 어떠한 분야라도 더 ‘잘’해야 할 목표가 있고, 이와 관련한 ‘데이터’만 제공된다면 학습하는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훨씬 잘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변화가 느리다고 인식되는 전기에너지 분야에서도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되고 있을까? 답은 YES다. 에너지 전쟁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잘 사용해야 하므로 전기 분야에서도 한 차원 더 높은 연구가 필요한 것이다. 발전 측면에서는 태양광이나 풍력의 발전량을 정확히 예측할 필요가 있으며, 전기를 수송하기 위해서는 송전선로나 변전소 기기가 고장날 확률을 분석해야 한다. 공장에서는 에너지를 얼마나 소비할지 예측해야 하고, 전체적인 측면에서 우리나라 전기에너지의 종합적인 흐름도 조절해야 한다. 이러한 것 중에 단 한 가지만 문제가 생기더라도 정전이 발생할 수 있어서 우리는 정확하고 똑똑한 인공지능의 힘을 빌려야 한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인공지능은 전기에너지 분야에서 우리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정에서 인공지능이 가족 구성원들의 생활 패턴을 학습해 냉·난방을 자동으로 조절하고, 냉장고, 세탁기 등도 사용자가 불편하지 않을 범위 내에서 동작을 제어할 수 있다.
물론 현재까지 전기에너지 분야에서의 인공지능 적용은 느린 편이다. 인공지능은 기본적으로 많은 데이터의 학습을 전제로 하는데, 전기에너지 데이터는 수집하기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고, 국가 기반 시설이라는 특수성에서 기인하는 정보보안의 필요성, 더불어 개인정보 보호라는 측면까지 더해져서 데이터의 활용이 다른 분야보다 쉽지는 않다. 그래도 최근에는 에너지 데이터가 점점 축적되고 있으며, 연구를 위한 개인정보 활용 논의 및 전력 분야 빅데이터 센터 추진 등 많은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전기에너지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의 적용이 훨씬 수월해질 것으로 본다.
흔히 인공지능이라고 하면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로봇을 떠올리게 된다. 딥러닝의 기본개념인 ‘인공신경망’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뇌를 본떠서 만들었기 때문에, 먼 미래에는 사람과 컴퓨터와의 구별이 불가능한 상황도 펼쳐질 것이다. 하지만 우선적으로 현재,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는 한정된 상황에서 결과를 예측하고, 이에 따른 해결방안을 알려주는 수준부터 시작할 것이다. 참 아쉽게도 복권의 당첨번호 따위는 예측할 수 없겠지만, ‘데이터’가 존재하는 웬만한 분야에서는 인공지능의 적용이 거의 다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 중 하나가 바로 현대사회의 기초인 전기에너지 분야다.
강지명 한국전기연구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