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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본혁의 현장에서] 출연연 비정규직 전환, 출구가 없다

약 3년간 답보 상태에 빠져 있던 과학기술계 정부 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정규직 전환이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순탄한 모양새는 아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식을 놓고 직접고용을 주장하는 노조와 공동 자회사 방식을 선호하는 출연연들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더욱이 공동 자회사에 참여한 출연연별로 노동 조건이 다르고 임금 격차가 존재하고 있어 내부 갈등 불씨도 여전하다.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24개 출연연 중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 8개 기관이 공동으로 비영리 재단법인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한국화학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등 4개 기관이 새롭게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식품연구원, 국가핵융합연구소 등 5개 기관은 직접고용 방식을 채택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7개 기관은 직접고용을 주장하고 있어 노사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출연연 공동 출자회사는 근로자의 고용안정성 및 공공성 확보를 위해 설립 근거를 정관에 명기하고, 출연연의 지분 100%를 출자해 사업 범위를 공공성 사업에 한정해 운영된다. 또한 근로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이윤을 없애고 공동 운영으로 비용을 최소화할 뿐 아니라 운영수익이 발생할 경우 근로자 처우 개선에 활용한다.

정년에 대해서도 현 근로자의 경우 만 65세 이상은 촉탁직 계약연장으로 유연한 운영이 가능하도록 설정했다. 특히 근로자들은 평균 15%의 임금 인상 혜택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공공연구노조는 직접고용을 요구하면서 여전히 공동 자회사 설립을 반대하고 있다. 출연연 공동출자회사가 출연연법, 상법 등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관별 임금과 노동 조건의 차이를 해소할 수 없다는 것도 반대 이유다. 이에 정규직 전환으로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해 직접고용을 통한 정규직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공연구노조 관계자는 “공동 자회사는 직접고용보다 더 많은 추가 비용이 발생되고 간접고용에 따른 차별, 노동자 간의 갈등, 노동 조건 향상의 어려움 등 수많은 문제를 그대로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비영리법인에 부여되는 부가가치세 면제가 확정되지 않은 것도 변수다. 자칫하면 늘어나는 인건비 재원 조달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같은 공공기관이지만 직접고용을 한 출연연과 공동 자회사에 참여한 출연연, 아직까지 전환 방식을 결정하지 못한 출연연 근로자들의 형평성 논란도 따른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비정규직 전환 문제는 개별 출연연들이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 자체는 분명 환영받을 만한 일이다. 관건은 방법론이다. 노사 양측이 서로 만족할 만한 해법을 찾는 ‘솔로몬의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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