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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과학칼럼] 아인슈타인·피카소의4차원적 상상력

시간과 공간이 서로 엉켜 있다는 ‘상대성 이론’으로 유명한 아인슈타인(1879~1955)과 사람의 앞과 옆얼굴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입체파’ 그림으로 유명한 피카소(1881~1973) 사이에는 흥미로운 연결고리가 있다. 아인슈타인이 남긴 많은 업적 가운데 제일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상대성 이론이다. 시간은 사람에 따라 다른 길이를 갖고 흐르는데, 어떻게 시간의 길이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가를 쉽게 설명해달라는 학생의 부탁에 아인슈타인은 “뜨거운 난로 위에 앉아 있으면 1초가 한 시간 같고, 사랑하는 연인을 바라보고 앉아 있으면 한 시간이 1초 같게 느껴지게 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 학생은 물리학 대가의 농담을 평생 유쾌한 경험으로 기억하며 살았겠지만, 사실 상대성 이론은 GPS의 탄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20세기 최고의 과학 업적의 하나로 인류의 문명과 삶에 끼친 영향은 실로 심대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과 피카소의 연결고리를 이야기하기 위해 우리가 상대성 이론에 대해 알아야 할 물리학적 사실은 바로 빛이 유한한 속도로 뻗어나간다는 사실이다. 비록 한라산 백록담에서 백두산 천지 사이를 1분 동안 1만8584번이나 다녀갈 수 있는 엄청난 속도긴 하지만. 이제 빛이 유한한 속도로 뻗어 나간다는 사실과 피카소의 입체주의 연관성을 알기 위해 아인슈타인이 평소 즐기던 생각실험을 한 번 해보자.

우리는 기차역에 서 있고, 이 역에 정차하지 않는 기차가 ‘휙’하는 소리를 내며 우리 눈앞을 빠르게 지나가려고 하는 순간이다. 우리의 평소 경험에 비춰보면 기차의 맨 앞모서리가 우리 눈앞을 지나치기 직전까지는 기차의 앞을 볼 수 있다가 지나치는 순간부터는 옆만 볼 수 있는 것으로 상상될 것이다. 그러나 빛의 속도가 유한하다는 아인슈타인의 가르침에 따르면 기차 앞면은 옆면보다 우리에게서 더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앞면에서 반사된 빛이 우리 눈에 도달하는 시간에 이미 기차는 우리 눈앞을 지나친 다음이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짧은 시간이나마 기차의 옆과 앞을 동시에 보고 있는 셈이 된다.

빛이라는 물체의 특이한 성질로부터 일어나는 현상은 피카소의 1938년작 ‘기대어 앉은 마리-테레즈’와 같은 입체파 그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아인슈타인과 피카소는 생전에 서로 알고 지내거나 만난 적은 없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어떻게 과학과 미술이라는 다른 영역에서 동시대에 이러한 공통적인 현상을 찾아내게 된 것일까? 아인슈타인은 특허사무소 직원으로 일하던 스위스 베른에서, 피카소는 젊은 예술가였던 프랑스 파리에서 과학자, 철학자, 미술가 등이 함께하던 싱크탱크에서 교류하면서 우주와 자연에 대해 배우고 토론하던 가운데 수학, 물리학, 철학, 심리학에 큰 업적을 남기며 ‘현대 최후의 르네상스맨’으로 이름이 난 푸앵카레의 ‘과학과 가정’이라는 책을 접하고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하는 인간의 상상력에 대해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우리는 코로나19 이후 인류의 삶과 문명을 다시 상상해야 할지도 모른다. 세계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고 문명과 문화의 진보를 이뤄낸 아인슈타인과 피카소,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푸앵카레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창의적 상상력이 무엇이고 어디에서 오는지 알려주고 있다.

박주용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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