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소지…통신업 근간 흔들어”
서울시 “스마트도시법 특례 해당…공공의 이익”
과기부, 다양한 대응 방안 고심책
2022년까지 4만1000곳 공공와이파이 구축…서울시 ‘자가망’ 단독 행보 우려도
[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세금으로 통신사업하는 건 불법!”(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공의 이익 위한 것, 문제없다!”(서울시)
서울시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가 ‘와이파이’를 놓고 정면 충돌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자가망 ‘공공 와이파이’ 구축사업을 놓고 양측의 대립이 ‘점입가경’이다.
과기부는 “서울시가 사실상 ‘제4 통신’사업을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자가망을 통한 ‘공공 와이파이’ 구축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그동안 서울시에 ‘설득 모드’였던 과기부가 '정면 대응’ 으로 입장을 강화하면서, 와이파이를 놓고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줄다리기가 더욱 팽팽해졌다.
과기부 측은 “서울시가 자가망으로 직접 공공 와이파이를 운영하는 것은 법의 테두리를 넘어섰다”며 반발했다. 반면 서울시 측은 “공공 와이파이는 국민의 복지 차원”이라며 과기부의 반발을 아예 일축,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다.
논의 과정도 삐걱댄다. 과기부는 서울시에 위법 소지가 있으니 법적 유권해석을 받아볼 것을 수차례 권고했지만 서울시는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몇 차례 실무진 미팅을 거쳤지만 팽팽한 평행선만 긋고 합의점을 전혀 찾지 못한 상태다.
서울시는 자가망을 통해 2022년까지 공공 와이파이 AP(Access Point) 1만6330대를 주요 공공 생활권역에 구축할 계획이다. 기존 통신사 인프라를 사용하지 않고, 공공 와이파이의 설치와 운영을 직접 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서울~부산을 6번 왕복하는 길이(4237㎞)의 자체 유·무선 인프라까지 구축한다. 1027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대형 프로젝트다.
한편 1일 당·정(청와대·더불어민주당·정부)은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22년까지 전국에 공공 와이파이 4만1000곳을 설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서울시의 자가망 ‘와이파이 단독 행보’와 대치된다. 와이파이를 놓고,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충돌 양상이다.
논란의 핵심은 서울시의 공공 와이파이 구축사업에 대해 과기부와 서울시가 서로 다른 법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과기부는 서울시의 공공 와이파이 운영은 전기통신사업법에 허용된 지자체의 ‘자가망’ 역할을 넘어선 ‘불법’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공공 와이파이 확대 자체는 필요하지만, 서울시 자가망을 통해 공공 와이파이를 ‘직접’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전기통신사업법 제65조에는 자가망으로 ‘타인의 통신을 매개’하거나 설치한 목적에 어긋나게 운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즉 자가망을 가질 수는 있지만 내부 인프라를 운영하는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이 내부 교신에 사용하거나 한국전력공사에서 안정적인 전력관리를 위해 자가망을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과기부는 서울시의 공공 와이파이는 이용자의 통신 서비스를 연결하는 영역인 만큼 ‘타인의 통신을 매개’하는 것으로 보고,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서울시가 사실상 통신사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지자체는 기간통신사업자(통신사)가 될 수 없다는 전기통신사업법 제7조까지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과기부 관계자는 “기간통신사업자는 보안·기술력·이용자보호계획 등 까다로운 기준을 거치는데 서울시는 이 같은 과정을 모두 무시하고 사실상 통신사업을 하겠다는 셈”이라며 “통신사업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데다 보안 등의 문제도 크다”며 “도입의 취지 자체는 공감하지만 합법적인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스마트도시법(스마트도시 조성 및 산업진흥 등에 관한 법률)’을 앞세워 법적 문제가 없다며 맞서고 있다. ‘스마트도시법’ 제42조는 비영리 목적의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자가망을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근거로 서울시는 공공 와이파이는 시민의 ‘복지’ 에 해당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전기통신사업법이 아닌 스마트도시법의 예외 조항을 적용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서비스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서 “공익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인데, 오래된 전기통신사업법을 앞세워 문제 삼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며 과기부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결국 과기부는 수차례 설득에도 서울시가 ‘꿈쩍’도 하지 않자 본격적으로 대응책 마련에 팔을 걷어붙였다. 당·정 차원에서 2022년까지 공공 와이파이를 4만1000곳까지 확대키로 한 상황에서 서울시의 ‘자가망’ 단독 행보를 이제는 지켜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당장, 과기부가 국무조정실에 중재를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법적 해석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정부 차원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과기부는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대립하는 모양새가 좋지 않은 만큼 상호 협의로 해결점을 찾는 방안을 우선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기영 과기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접 대면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무 차원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 정책결정권자가 직접나서 논의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과기부는 최악의 경우 법률적 대응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스마트도시법’의 고시를 개정해 특례 조항에 대한 애매한 법적 해석 여지를 아예 없앤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의 의견 검토도 요청할 계획이다. 과기부 측은 “서울시와 원만한 논의가 이뤄지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다양한 대응 방안을 놓고 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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