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역분화 줄기세포’ 뇌 이식 임상 성공
김광수 미 하버드의대 교수. [KAIST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과학자가 세계 최초로 개인맞춤형 줄기세포로 파킨슨병 임상치료에 성공, 난치병 정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2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따르면 KAIST 출신 김광수 하버드의대 교수가 지난 5월 파킨슨병을 앓는 환자 자신의 피부세포를 도파민 신경세포로 변형해 뇌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임상치료에 성공했다.
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은 환자의 피부세포를 변형해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을 생성케 한 후 이를 파킨슨병 환자의 뇌 깊숙이 주입한 결과, 면역체계 거부 반응 없이 구두끈을 다시 묶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영과 자전거를 탈 정도로 운동 능력을 회복했다고 지난달 14일 소개했다.
파킨슨병은 치매·뇌졸중과 더불어 3대 만성 퇴행성 뇌 신경계 질환으로 꼽히는데, 국내에만 11만명에 달하는 환자가 있으며 그 수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영화배우 마이클 제이 폭스, 전 세계 헤비급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와 264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등 유명 인사들이 투병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600만~1000만명의 환자가 있다.
파킨슨병의 발병 원인은 뇌에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사멸하기 때문이며 근육의 떨림, 느린 움직임, 신체의 경직, 보행 및 언어 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김광수 교수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환자의 피부세포를 도파민 신경세포로 만드는 ‘역분화 줄기세포’ 기술로 파킨슨병 환자를 임상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일본의 신야 야마나카 교수가 ‘유도만능 줄기세포(iPS)’ 제조기술을 개발했지만 이 기술이 뇌 질환 환자 치료에 적용돼 성공한 사례는 아직 없다. iPS를 사용해 피킨슨병 환자 맞춤형 치료를 시도한 것도, 성공한 사례도 김광수 교수 연구팀이 세계에서 가장 처음으로 꼽힌다.
맞춤형 줄기세포를 이용한 파킨슨병 치료법 모식도.[KAIST 제공] |
파킨슨병의 맞춤형 줄기세포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의 체세포를 안정적으로 줄기세포로 전환한 뒤 이를 다시 도파민 세포로 분화시킨 후 뇌에 이식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고효율로 진행돼야 하며 유해성이나 부작용이 없어야만 가능하다. 이런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김 교수는 맞춤형 줄기세포 치료를 위한 연구에 오랫동안 집중해왔다.
김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09년과 2011년에 각각 바이러스를 사용하지 않고 환자의 세포로부터 유도만능 줄기세포를 제작하는 기술을 최초로 개발해 파킨슨병 동물 모델에 적용할 수 있음을 보고한 바 있다.
또 도파민 신경의 분화 메커니즘을 밝혀 줄기세포를 효율적으로 분화하는 원리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2017년에는 역분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사 변화의 메커니즘 규명을 통해 임상 적용이 가능한 새로운 역분화 기술을 개발했다. 또 그간 개발한 기술을 기반으로 제조된 도파민 신경세포를 파킨슨 동물 모델에 이식했을 때 암세포 등의 부작용 없이 파킨슨 증상이 현저하게 호전되는 것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김 교수는 20여년간 연구해온 기술을 활용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최종 승인을 받고 FDA 요청에 의해 지난 2017년과 2018년 2차례에 걸쳐 69세 파킨슨병 환자에게 도파민 신경세포를 면역체계의 거부 반응 없이 작용토록 세계 최초로 이식수술을 진행했다. 이후 2년 동안 PET·MRI 영상 등 후속 테스트를 마친 후 5월 임상치료에 성공했음을 발표했다.
김광수 교수는 “향후 안정성과 효능성 입증을 위해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필요하며 FDA의 승인을 위해 필요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10여년 정도 후속 연구를 계속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맞춤형 세포치료가 파킨슨병 치료를 위한 또 하나의 보편적인 치료방법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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