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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기본소득제, 그 이면에는 일자리 상실시대

정치권에서 기본소득제 도입 논의가 불붙기 시작했다. 표가 필요한 선거철도 아니고, 곳간이 넘치는 천하태평 시절도 아니다. 하지만 관련 여론조사가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고 여야 정치인들 모두 한 마디씩 거드는 것을 보면 당장 내년부터 도입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기본소득제의 핵심은 누구에게 얼마를 줄지, 또 필요한 재원의 규모와 마련 가능성 정도다. 전 국민에게 고루 나눠줄지, 청년층이나 노년층 등 특정 연령대 사람들에게만 줄지, 또 기존 사회복지에 들어가는 비용은 어떻게 할지 정도가 주된 논의 내용이다.

그동안 기본소득 도입 반대 이유로 거론됐던 취업의욕 저하나 지속가능한 재원마련 등은 크게 문제삼지 않는 분위기다. 코로나19 대응이긴 하지만 기본소득의 성격을 다소간 띠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긴급재난지원금이 육류 가격을 확 올릴 정도로 성공했다는 때 이른 평가가 반대론의 입을 막은 셈이다.

기본소득의 도입은 경제·사회의 혁명적 변화와 맞물려 있다. 식민지 개척으로 한 국가의 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거나, 산업혁명으로 전체적인 부가 크게 늘어난 반면 노동력에 대한 수요는 급감하는 상황에서 기본소득 개념이 등장한 게 역사다.

21세기에 들어 세계적으로 기본소득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생산 방식 변화가 ‘경제성장=일자리 증가’라는 기존 공식을 파괴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기본소득 논의의 배경이다.

산업혁명 이후 컴퓨터와 기계로 대체된 수많은 생산현장 속에서도 인간만의 불가침 영역으로 여겨졌던 의사나 변호사, 공무원, 그리고 많은 사무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일취월장하는 AI에게 내줘야 한다는 불안감의 대안으로 기본소득제 도입 논의가 나온 것이다. 다시 말하면 기본소득제 도입은 생산, 일자리와 관련된 기존 상식을 깨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더 이상 기업에 일자리 창출이나 유지를 바라지 말고, 또 실업대책 중 하나로 쓰고 있는 정부 공공기관 인력 확충 카드도 버려야 한다는 말이다.

실제 과학자나 미래 전문가들이 그리는 AI 시대는 더 이상 사람이 별로 할 일이 없는 사회다. 식당 서빙부터 자동차·휴대폰 제조 모두 인공지능 로봇이 대신하고, 기사 쓰기나 회계 사무, 심지어 작곡 같은 창작 행위까지도 하는 AI를 우리는 실제로 보고 있다.

이런 AI가 사람의 노동력을 대체해 얻은 기업의 이익 일부를 세금으로 환수, AI에 일자리를 내준 사람들에게 나눠 주는 것이 기본소득제가 도입된 미래 사회의 모습인 것이다. 기업에 더 이상 고용을 재촉하고, 또 해고를 가로막는 기존 경제 규제는 이 과정에서 사라져야 한다. 정부 경제 정책은 AI로 무장한 고효율 기업들을 최대한 확보해 세수를 늘리는 것에만 집중해야 한다.

결국 기업은 자동화로 최대한의 이익을 올리고, 사람들은 기업이 낸 세금으로 적당히 즐기며 사는 새로운 세상을 과연 지금의 우리가 받아드릴 수 있는지가 기본소득의 도입 문제의 핵심이다. 단순히 돈을 나눠 준다고만 하면 반대할 사람은 없지만, 그 대가로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하면 어떤 여론조사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정치인들이 진짜 기본소득제를 도입하고 싶다면, 이면의 이런 부작용 또는 고통과 변화도 함께 거론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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