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망사용료 거부는 역차별”
IPO부터 해외 직접 진출까지 준비 중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플러스까지 국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시장을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글로벌 공룡들의 공세에 맞설, 최적의 대안은 토종 OTT기업(티빙·왓챠)들이 큰 결단으로 결합하는 것입니다.”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OTT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내 OTT끼리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웨이브·티빙·왓챠 등 대표적인 국내 OTT기업이 뭉치면 넷플릭스와의 경쟁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22조 vs 600억원.’ 올해 넷플릭스와 웨이브의 콘텐츠 투자금액 차이다. 격차는 무려 368배에 달한다. 넷플릭스는 지난해에도 18조원을 쏟아부었다. 올해에만 100편의 독점 콘텐츠를 선보인다. 물량공세를 1 대 1 정면승부로 돌파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넷플릭스는 국내 OTT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반면 토종 1위 업체인 웨이브는 21%에 불과하다. 이 대표가 ‘통합론’을 꺼낸 이유다.
이 대표가 말하는 대통합은 단순히 서비스를 공유하는 수준이 아니다. 그는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거나 인수·합병을 통한 완전한 기업 결합까지 고려하고 있다.
기업 결합으로 몸집을 키우면 투자 유치는 물론, 콘텐츠 생산능력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지난해 9월 ‘푹티비(POOQ TV)’와 ‘옥수수’를 결합하면서 2000억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이 대표는 “큰 규모의 기업 결합이 성사된다면 대규모 투자 유입도 가능할 것”이라며 “아울러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콘텐츠 제작능력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국내 OTT뿐 아니라 해외 OTT와의 기업 결합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디즈니플러스와의 제휴 협력도 물밑으로 진행 중이다.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국경을 넘은 협업도 추진하겠다는 각오다.
국내에서 급성장하면서 정작 망 사용료는 내지 않고 있는 넷플릭스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이 대표는 “국내 OTT들은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어 넷플릭스와 차별을 받아오고 있다.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부담하지 않으면 이를 부담하는 국내 OTT들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넷플릭스가 합리적인 판단으로 이 문제를 해소하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기업 결합이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해법이라면, 당장 풀어야 숙제는 ‘콘텐츠 강화’다. 이 대표는 “아무리 덩치가 커졌다 해도 볼만한 콘텐츠가 없으며 속 빈 강정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독점 콘텐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웨이브는 올해 ‘꼰대인턴’ ‘SF8’ ‘앨리스’ 등 오리지널 콘텐츠 8편을 선보일 계획이다.
웨이브는 독점 콘텐츠를 웨이브뿐 아니라 지상파와 IPTV(인터넷TV)에도 유통해 수익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독점 콘텐츠를 자사의 플랫폼에서만 독점 공급하는 것과는 다른 전략이다. 웨이브 자체로는 시청자 유입이 부족해 채널 확대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대표는 “웨이브의 콘텐츠가 TV를 통해 방송되면서 화제를 모으면 다양한 채널로 유통될 수가 있다”며 “이를 통해 수익이 확대되면 재투자를 하면서 체력을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웨이브는 차별화된 콘텐츠 발굴에도 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프로야구 생중계다. 웨이브는 4월부터 KBO 전 연습경기를 생중계하고 있다.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를 하는 OTT에서는 도전하지 않았던 분야다.
콘텐츠 질 개선을 위해 해외 업체와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그는 “소니, CBS, NBC유니버설과 손잡고 해외 콘텐츠를 대거 확보하고 있다. 시청자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킬 것”이라며 “NBC유니버설의 경우 연간 5편의 웨이브 콘텐츠를 구매하기로 해 유통망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이 대표는 5년 내 기업공개(IPO)를 완료하는 목표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한 과제는 ‘해외 시장 진출’과 ‘유료 가입자 확대’다. 이 대표는 “국가별 분석과 진출 전략을 꼼꼼하게 세워 단계적으로 해외 진출을 할 예정”이라며 “우선 해외 교민을 위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웨이브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가입자를 늘리는 것도 필수다. 그는 “웨이브의 가치는 진성 유료 가입자를 목표대로 확보하는 것”이라며 “저가 상품을 만들어 유료 가입자 수치를 늘리는 일은 하지 않겠다. 경쟁력의 원천인 콘텐츠를 강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웨이브 출범 이후 8개월이 지난 현재 유료 가입자는 200만명을 넘겼다. 무료 가입자까지 합한 회원 수는 1000만명을 바라보고 있다. 웨이브는 2023년까지 유료 가입자 500만명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한 투자금액만 3000억원에 달한다.
소비자 불만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화질 사양을 높이고 사용자환경(UI)도 더욱 친화적으로 개선했다. 자녀 시청 보호를 위한 성인 인증 시스템을 도입했다. 연내 라이브 채널, 부가서비스 메뉴 구조 개편 등을 차례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UI 개선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공산품처럼 한 번에 바꾸기보다는 우선순위를 정해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웨이브 출범과 함께 취임한 이 대표는 콘텐츠사업 전문가다. KBS 교양PD 출신인 이 대표는 ‘피플 세상속으로’ ‘좋은나라 운동본부’ 등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연출했다. 이후 KBS 뉴욕 PD 특파원, 편성정책부장, 콘텐츠사업부장 등을 거쳐 KBS 콘텐츠사업국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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