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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세먼지·플라스틱 잡는 ‘나노집게’ 개발…바이러스·암 진단도 가능
- KIST·서울대 연구진, 대기와 수중 속 다양한 초미세 부유입자 정제하는 ‘나노갭 전극’ 원천기술
KIST, 서울대 공동연구진이 개발한 수직 나노갭 전극의 나노 입자 제어기술 모식도.[KIST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인체 내 독성과 지구 생태계 교란의 주범이 되고 있는 미세먼지와 미세플라스틱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나노 입자들을 실시간 선별·정제·농축할 수 있는 이 기술은 특히 환경 독성 입자는 물론 바이러스 제거와 치매 단백질, 암 진단 마커 등의 검지 기술로도 응용 가능성이 커 더욱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국가기반기술연구본부 센서시스템연구센터 유용상 박사팀은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이신두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머리카락 1/1000 굵기인 20 나노미터(nm) 수준의 유체 내 초미세 부유 입자를 효율적으로 포획하는 나노갭 전극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진은 또한 해당 전극을 이용해 최근 신약개발 및 암 진단 신규 마커로 주목받고 있는 세포밖 소포체와 치매 단백질의 선별농축과 위치제어 실험에도 성공했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나노 단위의 입자를 손상 없이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18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광 집게 기술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낱개 수준의 이동과 측정을 넘어 산업계의 숙원인 상용화는 더뎠다. 100nm 이하 입자를 포집·선별·정제·농축하는 메커니즘을 일반적인 대기 및 물 환경에서 대면적·대용량화하는 데 기술적 한계가 분명했다.

공동연구진은 센티미터 단위의 입자 농축과 정제 실험을 통해 ‘유전영동 집게’ 기술을 가능하게 하는 나노갭 전극의 대면적화에 성공했다. 유전영동이란 1초에 수백~수천 번 진동하는 파장을 두 개의 전극에 인가해 전극 주변부에 불균일한 전기장을 형성, 이를 통해 전기장 주변의 입자를 전극부로 끌어모으거나 밀어내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고가의 장비 대신 보편적인 반도체 공정을 이용하는 기술을 찾기 위해 다양한 전극 구조를 실험하던 중, 수직 배열의 비대칭 전극이 기존의 수평 배열보다 10배 이상 더 큰 유전영동 힘을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따라 나노갭 전극 상용화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대면적화와 비용 절감이 동시에 가능해졌다. 기존의 수평 배열 전극 제작 방식은 손톱 크기 나노갭 구현에 최소 수십 만 원이 소요됐다. 반면 새로운 유전영동 기술을 이용하면 최대 5천 원으로 LP 레코드판 크기의 나노갭 전극을 제작할 수 있다.

개발한 수직 배열의 나노갭 전극 원천 기술은 대면적화와 전극 형태의 다양화, 제작 단가의 획기적 절감과 함께 다양한 응용 가능성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공기 또는 물 필터에 활용될 경우 건전지 정도의 저전압으로도 미세먼지, 나노 플라스틱, 바이러스, 세균, 박테리아 등 다양한 미세 부유 입자의 실시간 검출과 제거를 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유용상 박사는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회 문제 해결과 인류의 삶의 질 향상에 전반적으로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라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융합기술 나노바이오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최신호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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