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꼬마선충의 VRK-1을 초록 형광 단백질로 표지하여 장 세포 내 위치를 나타냈다. 장 세포의 VRK-1은 DNA 염색 (DAPI 염색)을 통해 나타내어진 핵과 동일한 위치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핵 내부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KAIST 이승재 교수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손톱보다 작은 크기의 벌레에서 노화를 늦출 수 있는 단초가 제공됐다.
한국연구재단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승재 교수와 김경태 포항공과대학교 교수 공동연구팀이 예쁜꼬마선충에서 세포의 에너지 센서(AMPK 효소)를 활성화함으로써 수명연장을 돕는 새로운 장수유도 단백질 VRK-1의 기전을 규명해냈다고 2일 밝혔다.
예쁜꼬마선충은 토양에 서식하는 1mm 크기의 선충이다. 20여년전 유전정보가 해독돼 2만여 개의 유전자가 밝혀졌는데 약 40%는 사람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00여개의 세포로 구성돼 있어 현미경을 통한 관찰이 쉽고 수명이 3주에 불과하며 번식이 빨라 다양한 돌연변이 연구가 용이하다. 실제 이를 이용한 다양한 노화조절유전자 백여개가 밝혀진 바 있고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우리 세포는 공복이나 운동에도 불구하고 에너지가 항상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세포의 에너지 수준을 꾸준히 모니터링하는데 이 역할을 에너지센서인 AMPK가 맡고 있다.
실제 AMPK가 생쥐나 초파리, 예쁜꼬마선충에서 나타나는 식이 제한에 의한 수명연장을 매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과정에서 AMPK를 자극하는 상위조절자는 알려져 있지 않았다.
연구팀은 VRK1이 활성화될 때 예쁜꼬마선충 유전자 2만여개 가운데 단백질로 발현되는 패턴이 AMPK가 활성화될 때와 유사한 것을 알아냈다.
예쁜꼬마선충과 인간 세포에서 세포 내 에너지 결핍과 같은 장수 유도 신호에 의해 VRK-1이 활성화되면 AMPK를 인산화하여 수명을 연장시킨다. [KAIST 이승재 교수 제공] |
이후 인산화효소인 VRK1과 대사조절을 통한 노화조절자 AMPK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VRK1이 AMPK를 직접 인산화시키며, 인산화된 AMPK가 미토콘드리아의 전자전달계 억제를 매개하여 수명연장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알아냈다.
실제 예쁜꼬마선충에서 미토콘드리아 전자전달계의 기능을 감소 시켜 수명이 늘어난 돌연변이는 VRK1를 활성화시켰으며, VRK1에 의한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 AMPK 돌연변이 예쁜꼬마 선충에서는 이러한 수명연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AMPK의 장수조절 효과를 유도하는 상위인자로, 여러 종에 걸쳐 잘 보존된 VRK-1의 역할을 새로이 규명한 이번 연구결과로 AMPK 이상으로 인한 대사질환 및 항노화에 대한 약물발굴 표적으로 VRK-1이 추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7월 2일자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