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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한의학 세계화를 위한 준비 ‘표준화’

국제표준화기구(ISO)에 전통의학 기술위원회 249(Technical Committee 249·이하 ISO TC 249)가 2009년에 설립된 후 올해로 11년의 세월이 흘렀다. ISO는 주로 유럽과 미국 등 서구 선진국들의 각축장이었으나, 전통의학 기술위원회인 ISO TC 249는 한·중·일 3국이 표준 개발을 주도한다는 특이점이 있다.

2014년 2월 일회용 멸균호침 국제표준의 제정을 시작으로 2020년 6월 말까지 ISO TC 249는 총 53건의 국제표준을 제정했다. 제안 국가별로 분석해보면 중국이 39건, 한국이 8건, 일본이 6건, 한국·일본 공동개발이 2건, 한국·중국 공동개발이 5건, 중국·일본 공동개발이 3건이다.

한국은 특히 의료기기 분야에서 강점을 보인다. 한국이 주도적으로 개발한 국제표준은 피내침, 한약추출기, 뜸, 부항, 전침용침, 매선침, 맥진기, 설진기, 무연뜸 등으로 의료기기 분야에서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의료기기 작업반 의장을 한국한의학연구원 최선미 부원장이 수임해 리더십을 발휘하며, 전통의학의 현대화를 통한 질적 성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약 및 한약제품 분야에서는 한의학연이 한약제품 라벨링 요구사항, 한약재 이산화황 측정, 한약재 벤조피렌 측정 등 주로 한약재 및 한약제품 품질 관련 표준을 제안했다. 그 결과, 한약재 검경(현미경으로 하는 검사)절차 표준이 올 하반기에 제정될 예정이다. 또한 한국인삼공사가 제안해 추진한 홍삼 제조공정 표준이 2017년에 제정된 바 있다.

중국 정부도 중의학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수립과 막대한 예산지원을 통해 한국, 일본보다 먼저 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 내에서만 생산되는 개별약재 국제표준을 지난 2015년부터 꾸준하게 제안해왔다. 또한 중의학 용어 표준화 추진을 통해 간체(중국식 한자)의 보급을 도모하고 있다. 한국은 이에 대응하며 전 세계에서 통용 가능한 한자 ‘번체’ 사용을 권고하도록 표준개발자들을 위한 전통의학표준 언어표현지침을 개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 외에도 중국은 지난 2016년부터 중의학을 국가전략사업으로 삼고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이 추진 중인 신 크로드 전략) 참여국들에 중의학을 적극 홍보해왔다. 특히 서비스와 교육 분야에 대한 국제표준 개발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8년에 이미 중의학 임상의의 능력을 평가하는 교육표준 개발을 도모하기도 했는데 다른 회원국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기도 했다. 2020년에는 약제 서비스 분야를 비롯한 각종 서비스 표준 개발을 제안해 진행하려고 하고 있다.

세계 전통의학시장 선도를 위해선 표준 개발이 꼭 필요하다. 한국은 실리적인 측면에서 중국과 일본 양국 모두와 협력·상생의 원칙하에 적극 대응하고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제안에 대해서는 적절한 반대 의견을 제시해야할 것이다. 중국이 중의학이라는 명분으로 세계에 진출하고자 적극 나설 때, 실리적 측면에서 한의학의 표준 개발로 전통의학 세계시장에서의 한국의 입지를 다져 세계 속으로 한의학이 한 걸음 더 내딛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최정희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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