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 끈끈이 원리를 적용한 새로운 단백질 의약품 정제 기술 모식도.[포스텍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 추세가 누그러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바이러스 감염을 차단하는 백신 개발만이 코로나19 종식의 근원적 해결책으로 꼽힌다. 하지만 어렵게 백신이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잘 정제된 의약품으로 제조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새로운 전염병에 대처할 수 있는 원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는 화학과 김기문 교수(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장), 기초과학연구원(IBS) 박경민 박사 공동연구진은 쿠커비투릴1의 분자 끈끈이 원리를 이용해 항바이러스나 항암 치료제 등으로 사용되는 재조합 단백질 의약품을 고효율, 고순도로 정제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유전자 재조합 기술은 생물 공학적 기법을 이용해 어느 생물체의 유전자를 다른 생물체에 집어넣은 후 활동하게 함으로써 형질을 전환하는 조작 기술이다. 단백질의 전체 또는 일부만을 발현시켜 병원성 미생물 전체를 사멸시키거나 독성을 약하게 하는 데에 쓰는 백신을 개발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호르몬, 항체, 백신 따위를 미생물 또는 동물 세포에서 대량 생산하기 위해서는 단백질을 정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단백질 의약품 정제 기술은 정제하고자 하는 단백질을 인지하는 생물질을 이용하고 있어 재료가 비싸고, 그 보관이나 재사용성이 좋지 않을 뿐 아니라, 단백질 의약품의 특성에 따라 정제 적합성과 효율에 차이를 보이는 경제적, 기술적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진은 인공분자를 이용한 분자 끈끈이 원리를 적용해 세포에서 발현된 다양한 종류의 단백질 의약품을 정제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는 연구진이 세계최초로 발견한 쿠커비투릴의 원리가 적용됐다.
또한 새로운 정제 기술을 이용해 단일클론 항체, 허셉틴(유방암 치료제)는 물론이고 분자량이 작은 항바이러스제, 인터페론 알파(백혈병 치료제)까지 고효율, 고순도로 정제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작고 안정적인 인공분자를 적용, 정제 재료의 제조 용이성, 멸균성과 재사용성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정제된 단백질 의약품의 순도와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다. 또한 유전공학적 조절과 효소 처리를 통해 필요한 단백질에 아다만탄을 도입하면 단백질 의약품의 크기나 종류에 상관없이 정제할 수 있다.
이 기술은 바이러스 감염이나 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항체나 융합단백질을 포함한 대부분의 재조합 단백질 의약품 정제에 적용할 수 있으며, 안정성과 재사용성이 뛰어나다. 나아가 백신용 단백질과 같은 단백질 의약품에도 사용할 수 있어 백신이나 치료제 생산의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기문 교수는 “바이오 의약품 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중요한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 7월 20일자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