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단백질에 대한 시분해능 기반 초저온투과전자현미경 분석결과(왼쪽 상단) 세포 내 자가포식 과정을 조절하는 단백질 복합체의 2차원 분석 이미지(오른쪽 상단). 원자수준에 해당하는(2.77 Å) 초고해상도 3차원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아래)[충남대학교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단백질을 꽁꽁 얼려 찰나에 일어나는 단백질의 구조변화를 한 편의 영화처럼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단백질은 물질대사, 효소 활성화 작용 등 다양한 생체활동을 주도하는 고분자로 대부분 이들 단백질을 표적으로 약물이 개발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 단백질의 기능은 주로 3차원 구조에서 비롯되기에 단백질의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의약학 분야의 중요한 화두다.
한국연구재단은 충남대학교 이창수 교수 연구팀이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초저온투과전자현미경을 이용, 생화학 반응에서 단백질의 3차원 구조변화를 분석할 수 있는 미세유체장치를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초저온투과전자현미경(Cryo-EM)은 단백질 같은 생체분자의 3차원 구조를 고해상도로 해석하는 전자현미경을 말한다. 전자빔에 의한 시료손상을 막기 위해 영하 196℃에서 급냉하여 얇은 비정질 얼음막 내 시료를 보존한다.
단백질 구조변화 관찰에는 2017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초저온 투과전자현미경이 주로 사용되지만 샘플제작을 위한 소요 시간이 수 십 초 이상이다. 밀리 초(1000분의 1초, ms) 단위에서 일어나는 생화학반응에서 단백질의 동역학적 거동을 관찰 하기란 불가능했다.
연구팀은 시분해능(time-resolved) 샘플링이 가능한 미세유체장치를 이용해 반응물로부터 반응중인 시료를 급냉, 반응의 중간체 구조를 얻는 방법을 고안했다.
미세유체장치 내에서 흐르는 반응물 시료의 유량을 정밀하게 제어, 장치 내 반응물의 체류 시간을 활용해 생화학 반응 시간을 계산하는 원리를 이용했다.
기존 장치는 넓은 범위의 시분해능을 얻기 위해 장치 부피를 늘리거나 유량을 줄이는 방식이었다.
이 경우 혼합효율 저하와 유속의 편차로 서로 다른 반응 시간을 갖는 중간체가 공존하게 된다. 때문에 구조를 해석하기 어렵고 동적변화의 순서를 파악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레고처럼 손쉽게 조립할 수 있는 모듈화된 구조로 넓은 범위의 시분해능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를 제작했다.
각기 다른 체류시간을 갖는 미세유체모듈을 분사모듈에 장착해 20~1500 밀리 초(ms)의 범위에서 반응시간을 제어할 수 있었다.
실제 이미 구조가 알려진 모델단백질을 미세유체장치를 통해 분사해 초저온투과전자현미경으로 관찰, 원자 수준에 해당하는 2.77Å의 초고해상도 3차원 구조를 확보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기초연구실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7월 10일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