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시멘트 가져가 기지건설 불가능
한국건설기술硏 신휴성 박사팀 연구
전자레인지 마이크로파 활용 기술
현무암 이용 ‘인공월면토’ 블록 시제품
2024년까지 기계강도 등 고도화 계획
美·유럽 태양광 활용 기술개발 진행
‘패널’ 달먼지 지속관리 않으면 효율 저하
블록 생산이 ‘최적의 기술’ 더 주목받아
세계 각국은 달에 기지를 건설하는 대형 프로젝트 구상을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달 기지 건설 상상도. [헤럴드경제DB] |
마이크로파 가열 방식의 인공월면토 블록 시제품.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제공] |
건설연 연구원들이 달과 같은 환경을 모사한 진공챔버를 살펴보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제공] |
지난 21일자로 인류 달 착륙 51주년을 맞았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달과 화성에 우주기지를 건설해 우주개발을 본격화하겠다는 야심찬 구상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전 세계적 우주개발 레이스에 뛰어든 상태다. 내년 국내 독자적으로 만든 우주발사체를 띄우고 달에도 탐사선을 보낸다는 계획이다.
달은 지구에서 가까워 탐사기술을 연마할 최적의 행성이자 심우주 탐사의 중간 기착지로서 가치가 매우 크다. 전 세계 열강들이 해마다 막대한 정부 예산을 투자해 달 탐사를 비롯한 우주개발에 나서는 현실적 이유는 ‘자원 확보’다. 달에는 희토류, 티타늄, 헬륨-3 등 지구에 부족한 희귀 광물 자원이 다량 묻힌 걸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달 탐사는 곧 우리나라가 미래 우주 자원개발 경쟁의 주도국으로 나아가는 첩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달 탐사 경쟁력의 원천은 달에 기지를 건설하는 것이다. 집을 지을 때 튼튼한 재료가 중요한 것처럼 달 기지 건설에도 재료가 핵심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달에 기지를 건설하기 위한 건설재료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건설에 필요한 블록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물과 시멘트가 반드시 필요하다. 물-시멘트의 화학적 반응을 통해 단단한 물질을 만든 뒤 일정한 형태의 블록 생산이 가능하다. 건설에 필요한 충분한 강도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달에 있는 얼음으로 건설에 필요한 충분한 물 공급은 어렵고 시멘트를 지구에서 달 까지 운송하기에는 아무리 저렴한 가격이라도 막대한 운송비를 감당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막대한 운송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는 달 현지에서 재료를 가공해 건설재료를 생산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예가 흙이다. 인간이 거주를 위해 집을 지을 때 사용한 최초의 재료도 흙으로 만든 블록이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극한환경연구센터 신휴성 박사 연구팀은 지난 2016년부터 연구개발에 착수, 마이크로파로 흙을 가열해 식히는 방식으로 건설재료인 블록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마이크로파 가열방식은 일반 가정에서 사용되는 전자레인지와 동일하지만 다수의 마이크로파를 발생하는 장치와 마이크로파를 잘 흡수해 열을 발생하는 발열체를 활용한 장치를 고안했다.
마이크로파 가열방법은 물질과 전자기파의 상호작용으로 열이 발생하는 원리를 이용했다. 흙은 마이크로파를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흙이 고형화 될 수 있는 온도인 1000℃ 이상까지 가열하기 어렵다. 흙을 가열하기 위해서는 탄화규소(SiC)와 같이 마이크로파를 잘 흡수해 1000℃ 이상까지 쉽게 도달할 수 있는 발열체를 활용하면 흙을 고형화시킬 수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마이크로파 가열장비는 주파수 2.45㎓와 최대 9㎾의 출력이 가능한 마이크로파 발생장치와 발열체 및 가열부를 감싸는 단열재로 구성됐다. 알루미나(알루미늄과 산소의 화합물) 도가니에 인공월면토를 채워 블록을 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팀은 달 기지 건설기술 개발을 위해 월면토를 모사한 인공월면토를 활용했다. 국내 현무암을 이용해 분쇄 및 스케일링 한 후 실제 달 토양과 유사하게 입도 분포를 조성했다. 현재 1일 150~200㎏의 인공월면토를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연구팀의 김영재 박사는 “발열체를 활용한 마이크로파 가열방법으로 물이나 다른 재료의 첨가 없이 오직 흙만 이용해 압축강도 30㎫ 이상의 블록 생산이 가능하다”면서 “실제 달과 같은 진공환경을 구현, 마이크로파 가열 방식의 인공월면토 블록 시제품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 유럽 등에서는 태양광을 활용해 달에서 건설재료를 제작하려는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태양광 패널에 쌓이는 달 먼지를 지속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효율이 저하되고,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영구 음영 지역에서는 활용할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마이크로파 가열방법은 달 기지 건설에 필요한 블록 생산의 최적의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건설재료를 생산하는 기술 이외에도 건설연은 우주 개발에 필요한 장비와 기술을 검증하기 위해 극한의 우주 환경을 모사한 지반열진공챔버를 구축했다. 지반열진공챔버는 달 표면의 온도 조건(영하 190℃, 영상 150℃)과 진공 조건을 그대로 모사했다.
달 현지 재료를 활용한 건설기술은 인류의 탐사활동 및 거주를 지원하기 위한 기지 구축뿐만 아니라 착륙 및 발사대, 도로, 방사선 열 운석 우주 먼지 차폐벽, 탐사 장비 보호소 등 기반시설을 구축하는데도 활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김 박사는 “지반열진공챔버에 대한 미국, 영국, 호주 등 해외 유수 기관들이 관심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으로 국제 공동연구 및 국제 협력을 기반으로 지반열진공챔버의 활용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달 기지 건설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확보하여 향후 국제 달 기지 건설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는 2024년까지 기계적 강도와 균일성을 갖춘 실제 달기지 건설에 활용될 수 있는 블록을 제조할 수 있는 마이크로파 가열기술을 고도화시킬 것”이라고 향후 연구계획을 밝혔다. 구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