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지지자들 압박…어쩔 수 없었다” 해명
전문가 “효과없는 법 찍어내면 분노 커질것”
거대 여당의 일방 독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76석의 압도적 다수의 힘으로 논란의 여지가 큰 주요 입법을 강행했다. 야당을 묵살하고 절차를 건너뛰었다. 협치 붕괴와 의회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9일 국회에서는 상임위가 열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법안이 먼저 처리 완료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날 법사위에서 처리 예정이던 백혜련 의원의 주택임대차보호법이 회의 시작 1시간 반 전에 이미 대안폐기로 수정 처리된 채 의안정보시스템에 오른 것이다.
이와 관련 김도읍 미래통합당 의원은 “오늘 오전 8시29분 백혜련 의원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의안시스템에서 처리된 것으로 나타난다”며 “상임위도 거치지 않고 대안반영해 폐기됐다. 의안정보 시스템에서 이미 처리해놓고 (상임위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8일 여야가 처음으로 함께 참여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 등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부동산 대책 관련 법안 11건을 포함해 총 13건을 단독 상정 후 의결했다.
통상 기관장의 업무보고와 현안질의 후 법안을 처리하는 회의 진행 관행을 일방적으로 바꾸고 정해진 절차도 상당수 생략한 채 속결로 통과시킨 것이다. 야당 의원들이 ‘독재’라고 비판하며 중도퇴장하고 기자회견을 여는 등 항의했으나 여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법안 심사를 다루는 법안심사소위도 구성하지 않았다. 여야 교섭단체 간사간 협의사안인 법안소위 구성이 야당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다. 야당은 이를 저지할 방법이 없었다. 통합당 관계자는 “아무런 제동장치가 없다”며 “매력적인 정책대안을 내서 국민에게 알리는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허탈해했다.
여당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우리 당은 현재 딜레마에 빠졌다”며 “당 지지자들은 ‘총선에서 176석 거대여당을 줬는데 왜 일을 빨리 안하느냐 제대로 못하느냐’ 압박하는데, 일각에선 ‘야당과 협치 안하느냐 독재하냐’고 말한다”고 했다.
여당의 일방통행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졌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법이라는 것은 만드는 순간 기본적으로 부작용이 있는 규제”라며 “그런데 지금의 민주당을 보면 청와대의 여의도 거수기 역할을 자임하며 폭주를 넘은 폭거 형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계속됐다. 최영일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의 단독 법안 의결은 압박감과 절박감 때문”이라며 “임기 후반기에는 경제성장률·내수·일자리 등 지표가 좋아졌다는 결과물이 필요한 만큼, 일하는 국회를 표방한 민주당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 평론가는 “민생법안을 빠르게 처리하자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며 “정치는 결과로 평가된다.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는데 효과 없는 법만 계속 찍어낸다면 국민들 분노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정호·김용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