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데드크로스’…이념갈등 속 중도층 향방 관심
김원웅 광복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정윤희·김용재 기자]정치권에 8·15 광복절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은 광복절 광화문집회를 주도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에, 미래통합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선생을 ‘민족반역자’라며 친일파 파묘를 주장한 김원웅 광복회장에 각각 파상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여야 모두 자신에게 유리한 인사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옹호하거나 발언을 아끼고 있어 결국 지지층 결집을 위한 지나친 이념공세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통합당은 지지율 상승세, 민주당은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극심한 이념갈등 속 중도층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18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광복절에 광복회장이 친일파를 청산하자고 해야지 독립운동가 청산을 하자고 말해야 하나”라고 야권을 꼬집었다. 민주당 당권에 도전한 이낙연 의원도 전날 라디오에서 “(김 회장은) 광복회장이기 때문에 그런 문제의식을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전광훈 목사에 대해서는 “통합당도 공범”이라며 맹폭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통합당은 8·15집회를 사실상 방조한 것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며 “전 목사에 대한 당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고 당내에 전 목사를 비호한 인사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정치권에서는 전 목사에 대한 통합당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연이은 악재와 지지율 하락에 고심하던 민주당으로서는 호재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으로서는 지지율 반등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친일 vs 반일’ 구도로 지지층 결집을 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 [연합] |
통합당의 경우 김원웅 회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십자포화를 쏟아 부으면서도 전광훈 목사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이후 기본소득 등 정책적 ‘좌클릭’을 이어가며 중도층 확장에 힘을 썼지만, 기존 지지층인 극우세력과의 관계설정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통합당은 “광화문 집회와 코로나19 방역은 별개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전 목사에 대한 직접적 비판은 최소화하면서도 정부·여당의 실정을 부각시키기 위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CBS라디오에서 “방역 측면에서 보면 광화문 집회는 잘못된 것이지만, 감염의 위험과 폭우가 쏟아지는데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정권을 비판한다는 것을 민주당이나 청와대는 새겨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일각에서는 “태극기 세력과 확실히 선을 그을 기회”라는 목소리도 크다. 장진영 통합당 서울 동작갑 당협위원장(법무법인 강호 변호사)은 “전광훈 같은 무리와 과감하게 선을 긋는 것, 그것이 사는 길”이라고 했으며, 원영섭 통합당 윤리위 부위원장 역시 전 목사를 겨냥해 “이제 선을 그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yuni@·brun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