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 고객유치 또다른 경쟁 무대로
"알뜰폰 이름 뒤 사실상 통신 3사의 경쟁" 쏠림 우려 목소리도
[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알뜰폰을 잡아라!"
알뜰폰의 대반전이 일어났다. 통신업계 '천덕꾸러기'였던 알뜰폰이 이젠 핵심 경쟁 무대가 됐다. 가입자 유치의 또 다른 큰 축이 됐다. 통신 3사의 성패를 좌우할 일종의 '캐스팅보트(대세를 가르는 역할을 하는 것)'가 됐다.
알뜰폰시장의 통신 계열사 쏠림 현상까지 심화되고 있다. 통신사들의 알뜰폰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2010년 도입된 알뜰폰은 저가 이미지와 소비자 한계로 성장 한계에 다다랐던 상태다. 2018년 799만명을 기록한 이후 2019년 775만명으로 감소, 지난 6월 기준 734만명까지 가입자가 하락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양상이 달라졌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달 알뜰폰으로 번호를 이동한 건수는 10만200명으로, 올 들어 처음으로 10만건을 넘어섰다. 자급제시장이 커지고 정부의 활성화 대책으로 알뜰폰시장에 눈을 돌린 소비자도 많아졌다.
하지만 업계에선 통신 3사가 알뜰폰 계열사를 통해 경쟁을 부추긴 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통신 자회사들의 알뜰폰시장 가입자 점유율은 37.4%에 달한다. 전체 매출의 65%를 이통사 계열이 차지하고 있다.
통신 관계자는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고객이 유입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알뜰폰에서도 통신 계열사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며 "중소형 알뜰폰사업자보다는 거대 통신사들의 경쟁이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통신사들의 알뜰폰 경쟁에 불을 지핀 것은 LG유플러스의 'LG헬로비전(옛 CJ헬로)' 인수다.
LG헬로비전은 CJ헬로 시절 KT 망과 SK텔레콤 망을 빌려 썼다. 사실상 KT 망 중심의 고객 유치가 이뤄졌던 상태다. LG유플러스에 인수된 후 LG유플러스 망까지 사용하게 되면서 기존 망(KT·SK텔레콤) 사용자들이 LG유플러스 망으로 이탈할 수 있는 환경으로 재편된 것이다.
여기에 LG유플러스는 알뜰폰 결합상품, 네이버와의 제휴상품 등을 선보이면서 알뜰폰시장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월 전체 알뜰폰 가입자 중 LG유플러스의 비중이 18.5%로, 지난 1월(14.5%)보다 크게 커진 것도 이 같은 공격적인 행보에 따른 것이다.
다급해진 것은 KT다. KT 계열사인 스카이라이프가 알뜰폰사업 진출을 추진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스카이라이프의 역할은 LG헬로비전에서 이탈하는 KT 망 고객을 되찾아오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통신 3사 쏠림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시장도 통신 3사의 경쟁이 되고 있다"며 "중소업체들의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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