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새 당명을 이용한 정치 공방이 또 다시 시작됐다.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바꾼 야당을 향해 여당 의원들과 범 여권 인사들이 ‘친일’ 딱지를 붙이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개명 당시 ‘종북’ 논란과 유사한 정치 공방이다.
3일 오전 국민의힘 관계자가 국회 당 대회의실 백드롭을 교체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지난 2일 '국민의 힘'으로 당명을 교체했다.[연합] |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우리나라 제1야당의 당명이 일본 최대 극우단체의 슬로건과 같다는 것은 정말 부끄럽고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글을 남겼다.
앞서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가 국민의힘이란 당명과 관련 “일본극우총본 '일본회의'의 창립 5주년(2002년)과 10주년(2007년) 기념식에 쓰인 슬로건(國民の力·국민의힘)과 같다”며 친일 프레임을 걸고 나온 것을 현역 의원이 확대 재생산에 나선 것이다.
김 의원은 “광화문 극우단체의 쌍둥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회의의 슬로건을 당명을 쓰는 것은 국민의힘 당의 지지기반이 극우단체임을 몰래 인정하는 것과 같다”고 ‘친일’을 강조했다.
이 같은 새 당명 논란은 2015년 새정치연합이 더불어민주당으로 이름을 바꿨을 때도 있었다. 당시 당 홍보위원장이던 손혜원 전 의원은 “더불어라는 이름 안에 많은 뜻이 들어있고, 하려고 하는 혁신·쇄신·지향하는 바가 이 이름하고 어울릴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하지만 반대되는 정치 성향을 가진 시민단체들과 정당에서는 바로 ‘종북’ 논란을 이끌고 나왔다. 더불어가 김일성의 책 ‘세기와 더불어’에서 따왔다는 주장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지난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기전달식에서 김영주 전국대의원대회 의장으로부터 당기를 전달받고 있다. [연합] |
2019년 우파성향 대학생단체 ‘트루스포럼’은 “'더불어'가 김일성의 유일한 저서인 ‘세기와 더불어’에도 나온다”며 “주체사상파로 알려진 신영복씨가 ‘더불어 숲’, ‘손잡고 더불어’ 등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와 유사한 제목의 책을 집필했다”며 더불어민주당에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는 당명을 바꿀 것을 제안하는 대자보를 대학들에 붙이기도 했다.
또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전 대표도 자신의 유투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더불어'란 말을 만든 사람이 손혜원 의원인데, 내가 보기에는 김일성 회고록에서 따온 말 아닌가”라며 공세를 이어가기도 했다.
민주나 국민 같은 정치 연관 단어들 상당수가 19세기 이후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서구, 또는 러시아 정치사의 개념을 정의한 단어라는 우리 말 역사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상대 당의 새 당명에 대해 무조건적인 색깔 붙이기가 만든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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