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특별감찰관 추천이 먼저”
21대 국회의 ‘뇌관’ 중 하나로 꼽혔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북한인권재단이사와 대통령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라는 국민의힘의 요구를 공수처 출범과의 동시 추진을 전제로 받아들이면서 여야간 ‘빅딜’이 성사될지 관심이 쏠린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9일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수처 설치와 대통령 특별감찰관, 북한인권재단이사 추천의 동시 추진을 위한 일괄타결을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로 입장이 다르더라도 여야가 법을 지키는 국회 전통과 문화를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주 원내대표가 긍정적인 답변을 줄 것 기대하면서 관련된 여야 합의를 바로 시작하겠다”고 했다.
이는 전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놓은 제안에 대한 화답이다. 주 원내대표는 여당의 공수처 출범 압박을 겨냥해 “4년 전 합의통과된 북한인권법에 따른 북한인권재단 이사와 북한인권대사를 왜 임명하지 않나”며 “지난 정부에서 시행됐던 대통령 특별감찰관을 왜 3년이 넘도록 임명하지 않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야당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 추천을 안 하고 버티고 있으니, 우리가 양보하는 행동을 보여준 것”이라며 “야당이 제시한 의견을 우리가 수용한 만큼, 야당도 전처럼 협상내용과 다른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가 먼저”라는 입장을 내놨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당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특별감찰관 임명이 완료되면 저희는 즉시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을 추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태년 원내대표가 두 절차를 같이 진행하자는 것은 함정이 있다”며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은 추천하면 끝나는 것이지만 특별감찰관은 여당이 자기사람을 고집하거나 하면 절차 시작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그간 “헌법재판소 위헌심판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내부적으로는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 후보에 대한 논의를 마친 상태다.
여야가 한발씩 물러서며 협상의 물꼬를 텄지만 순서에 대한 이견이 있는 만큼, 공수처 출범 논의의 향방은 아직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또다른 변수는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이 발의한 공수처법 개정안이다.
박범계 의원은 전날 야당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을 추천하지 않을 경우 공수처장 인선 자체가 불가능한 현행법을 고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도 유사한 내용의 개정안을 내주 발의할 예정이다.
최영일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이 압박과 회유 투트랙 전략을 쓰는 것”이라면서도 “(발의된 개정안은) 여당만으로 (공수처) 추진하는 것을 법제화하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국민의힘에선 굉장히 강경노선으로 돌변할 수밖에 없으니 여당의 딜레마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윤희·김용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