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노트20과 출고가 100만원 이상 차이나지만 지원금은 동일
제휴카드 할인 등 조건 맞추기도 까다로워…허울뿐인 할인 지적도
240만원 육박 높은 가격 ‘진입장벽’…가격 때문에 구입 망설이는 고객 많아
[헤럴드경제=박세정·박지영 기자] “짜다 짜!”
사전예약을 시작한 삼성전자 ‘갤럭시Z폴드2’와 ‘갤럭시Z플립 5G’의 통신사 공시지원금이 또 ‘짠물’이다. 무려 출고가가 240만원에 육박하는데도 통신사별 지원금이 고작 17만원에서 최대 24만원이다. 출고가가 100만원 이상 차이 나는 갤럭시노트20와 공시지원금이 같은 수준이다.
할인 혜택도 허울뿐이다. 제휴카드 등을 통해 100만원 이상의 가격 할인을 내세웠지만 이 역시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높은 가격 장벽을 낮추기는 역부족이다.
사전예약 시작과 동시에 온라인 유통채널에서 ‘완판’을 이어갔던 전작과 달리 물량도 남아돌면서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삼성전자 '갤럭시 Z 폴드2(Galaxy Z Fold2)'와 '갤럭시 Z 플립 5G(Galaxy Z Flip 5G)'의 사전 예약이 11일부터 시작됐다. |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갤럭시Z폴드2, 갤럭시Z플립 5G 사전예약 첫날인 11일 공시지원금을 공개했다.
통신사별로 17만원에서 24만원의 최대 공시지원금을 실었다. 앞서 출시된 갤럭시노트20과 동일한 수준이다.
폴드2 출고가는 239만8000원, Z플립 5G는 165만원이다. 갤럭시노트20(119만9000원)과 비교해 출고가가 최대 100만원 이상 차이가 나는데도, 통신사 지원금은 동일 수준이다. 폴드2의 경우, 최대 지원금을 받아도 200만원을 웃도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통신사 중 최대 지원금이 가장 적은 곳은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10만원대 ‘5G플래티넘’ 요금제에 17만원의 지원금을 실었다. 폴드2와 Z플립 5G에 요금제별로 동일한 지원금을 책정했다.
이 외에 ‘5G 프라임’요금제 15만원, ‘5G 스탠더드’ 12만3000원, 5G 슬림 10만원으로 앞서 출시된 갤노트20과 지원금 수준이 같다.
그나마 최대 지원금이 가장 높은 곳은 KT의 24만원이다. KT도 폴드2와 Z플립 5G에 동일한 지원금을 책정한 상태다.
슈퍼플랜 프리미엄에 24만원, 스페셜 플러스에 20만1000원, 스페셜에 18만3000원의 지원금이 실렸다. 이 역시 갤노트20 당시와 유사한 수준이다.
LG유플러스는 5G 시그니처 요금제에 갤노트20과 동일한 22만7000원의 지원금을 책정했다. 5G 프리미어 슈퍼 20만1000원, 플러스 18만4000원, 레귤러 16만7000원의 지원금이 실렸다.
짠물 지원금으로 사실상 모든 요금제에서 공시지원금보다는 선택약정 25% 요금 할인이 유리하다. 선택약정은 요금제에 따라 33만~78만원의 요금할인이 가능하다.
제품별 통신사 최대 공시지원금 〈사전예약 기준〉 |
통신사들은 각종 혜택을 들어 구매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내세우고 있지만 조건이 까다로워 이 역시 ‘허울뿐인 혜택’이라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SK텔레콤의 경우 최대 153만5000원의 할인이 가능하다고 앞세웠지만 이는 제휴카드 할인, 안심보상 할인, 쿠폰 할인 등을 모두 적용했을 때나 가능한 금액이다.
카드 발급과 할인 프로그램 가입 등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할인 조건을 충족시켜야 가능한 혜택이다.
KT 역시 제휴 카드 등을 활용해 108만원의 할인 혜택을 내세웠지만 제휴카드를 두 가지나 모두 사용해야 한다. 전월 실적 70만원 이상 등 할인 조건을 충족해야만 가능한 혜택이다.
넷플릭스 3개월 할인 등의 프로모션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월 11만원 이상의 ‘슈퍼플랜 스페셜 Plus’ 요금제 이상을 가입해야 하는 조건도 뒤따른다.
10% 카드 할인 등 혜택을 적용해도 기깃값이 200만원이 넘는 데다, 고용량 데이터 요금제의 경우 월 요금이 8만원이 훌쩍 넘는 5G 요금제 탓에 ‘유지비’도 만만치 않다.
KT 모델들이 '갤럭시Z폴드2'와 '갤럭시Z플립 5G'를 소개하고 있다. [KT 제공] |
비싼 가격으로 인해 사전예약 열기도 기대에 못 미친다. 11일 0시를 기해 사전예약에 들어간 ‘갤럭시Z폴드2’와 ‘갤럭시Z플립 5G’의 물량이 남아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Z폴드2의 초도 물량은 통신3사와 자급제 물량을 합쳐 약 1만대로 추정된다. 전작들이 품귀현상을 빚어, 초도 물량을 3배 가까이 늘렸다.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폴드는 사전예약이 진행되자마자 이통사에서는 15분, 삼성전자 홈페이지 자급제 물량은 오전 중에 완판됐다. 지난 2월 사전 예약 없이 곧바로 판매에 들어간 갤럭시Z플립 또한 LG유플러스 공식 온라인몰에서 판매 시작 30분 만에 전량 소진됐다.
이통3사는 사전예약 ‘알림’ 이벤트를 여는 등 일찌감치 고객유치전을 시작했다. 사전예약이 시작되거나 제품이 입고될 때 이를 안내해주는 이벤트에 경품을 실어, ‘얼리 버드’ 소비자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사전예약 열기가 높을수록 초반에 품절될 확률이 높아 빠른 예약을 원하는 고객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높아지는 자급제 수요를 잡기 위해 판매채널도 다변화했다. 삼성전자 홈페이지에서만 자급제 물량을 풀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쿠팡, 11번가, G마켓 등 유명 e커머스 업체에도 물량을 풀었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서 갤럭시Z폴드2의 사전예약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11번가 홈페이지 캡처] |
하지만 기대와 달리 사전 예약 열풍이 시들한 모양새다. 자급제 유통 채널과 이통3사 홈페이지 모두에서 물건이 남아돈다. 전작과 동일한 가격(239만 8000원)을 채택해 상대적으로 가격을 낮췄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이 ‘진입장벽’이다. 높은 완성도로 호평을 받지만 폴더블폰 ‘대중화’를 이끌기에는 가격에서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판매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일부 온라인 채널에서는 판매량이 ‘늘었다, 줄었다’ 하는 모습이 감지된다. 24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에 소비자들이 결제를 한 뒤 망설이다 취소하고 있다.
박세정·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