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무소 전화 모두 청탁인가”
인사청문회서 “쿠데타 세력이…”
현실감 떨어지는 발언 수습 바빠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 특혜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전 추미애 장관을 응원하는 메세지가 적힌 꽃바구니가 경기도 과천시 법무부청사 앞 계단에 놓여 있다. 이상섭 기자 |
추미애 국회가 되는 것을 막고자 했다. 하지만 스스로 내뱉은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모든 이슈를 추미애로 끌고 들어갔다. 추미애를 피하고 성과를 내는 21대 첫 정기 국회라는 176석 거대여당의 밑그림을 스스로 걷어차는 형국이다.
17일 더불어민주당은 다시 한 번 민생 국회를 강조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집중해야 할 것은 코로나19 국난극복과 경제위기 대응”이라며 “일하는 국회로 권력기관 개혁 등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당 정책위가 꼽은 5대 혁신 중점과제를 강조했다.
하지만 국회의 모습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이야기가 주류를 이룰 뿐이다. 특히 전날에는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국회 본회의장, 소통관 등 국회 이곳저곳에서 여당 중진 의원들과 장관들의 말을 수습하는데 정신이 없었다.
전 원내대표이자 4선 중진인 홍영표 의원은 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추 장관 아들 문제 질의를 하는 야당 의원들을 향해 “구테타 세력”이라고 말했다가 거센 항의와 비판을 받고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또 청와대 출신 윤건영 의원은 “가족이 민원실에 전화한 것이 청탁이라고 하면, 동사무소에 전화하는 것 모두가 청탁이 된다”는 말로 하루종일 뉴스에 올랐고, 원내대변인인 박성준 의원은 추 장관 아들을 안중근 의사에 비유하며 논란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앞서 김태년 원내대표의 ‘카톡 휴가신청’, 정청래 의원의 ‘김치찌개 종용’ 발언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나온 또 다른 민주당 의원들의 말이 더 큰 논쟁만 불러오며 뒤늦게 철회 또는 사과, 수습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이낙연 대표가 “몇몇 의원들께서 국민들께 걱정을 드리는 언동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국민께 오해를 사거나 걱정을 드리는 언동을 하지 않도록 새삼 조심해야겠다”고 한 당부가 일주일만에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그나마 정책 관련해서도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발언만 주목받는 모양새다. 전날 대정부질문에서 “집값이 안정됐다”는 김현미 장관의 발언이 부각되면서 향후 대책에 대한 설명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일주일가량 계속되고 있는 민주당의 연이은 발언 논란에 마침내 당 내에서도 비판과 자중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선거부터 ‘원팀’을 강조하며 ‘우리 식구 지키기’에 전력투구했던 것에 대한 비판이다.
이 대표 비서실장인 오영훈 의원은 이날 방송에 출연해 “당 소속 의원들이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라며 “민주당의 기풍을 쇄신하겠다는 대표의 의지가 강한 만큼, 새로운 분위기도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이 당내 친문 지지자들의 강한 비판을 받으면서도 국민의 역린을 언급하며 “죄송하다”고 말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최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