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장 강도나 내용은 미묘하게 달라
[헤럴드경제=최정호·홍승희 기자]한 여대생이 받은 표창장 한 장과 한 장병이 복무 중인 부대에 걸려온 전화 한 통. 대한민국을 몇 달간 뒤흔든 정부 권력자의 스캔들은 ‘나비효과’ 처럼, 시작은 사소했으나 파장은 막대했다.
‘자녀 특혜 의혹’ 대(對) ‘검찰개혁’, 추미애·조국 두 전현직 법무부 장관 논란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표창장 위조와 군 미복귀라는 두 장관 자녀 관련 논란을 당사자들과 여권은 검찰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방어하고 있다.
감찰 무마 의혹 사건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 |
하지만 두 장관의 스캔들이 일으킨 파장의 크기는 미묘하게 갈리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선거를 앞둔 대통령과 여당에게 대단한 타격을 입혔지만 추 장관의 경우, 이어지는 여권 막말 논란에도 아직 치명상까지는 가지 않았다는 평가다.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은 “일각에서는 추 장관 아들 의혹 건을 작년 가을 조국 전 정관 상황에 비견하지만, 파급력이 그때만큼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흐름을 설명했다.
▶자녀 관련 개인 신상 논란, 국민 역린을 건드렸다=전현직 법무부 장관 논란의 공통점은 자녀다. 자녀를 위해 도덕적·법적으로 논란이 되는 힘을 발휘했고, 이것이 교육과 병역에 특히 민감한 국민들을 불쾌하게 만든 것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본질상 두 사람 사례가 똑같은 것”이라며 “위법성 불법성을 떠나 엄마찬스, 아빠찬스라는 불공정함에 대한 인식이 여론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응 방식도 똑같다. ‘불법 아니다. 문제될 것 없다’는 강한 ‘자기최면’이 작동하고 있다. 양승함 전 연세대학교 정외과 교수는 “둘 다 여당과 지지층이 옹호하고 있고 그 태도도 유사하다”며 “ 국민들의 시각과는 다르게 자신들의 입장에서 보면 별 문제가 아니라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방어 수단으로 ‘검찰개혁’이 거론되는 것도 비슷한 모습이다. 검찰개혁을 앞세우며 장관 자리에 올랐던 조 전 장관을 향한 야당의 공세는 검찰개혁에 대한 저항으로 맞받아쳤다.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 모인 친여 지지자들의 ‘조국 수호 집회’가 대표적인 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연합] |
추 장관 역시 마찬가지다. 추 장관은 대정부 질문 마지막 날인 지난 17일 “검찰이 때로는 캐비닛 미제를 적절할 때 꺼내서 활용한다는 사례를 잘 알고 있다”며 “개선해야 할 검찰 문화를 지휘·감독을 통해 개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치명타 조국-찻잔속 태풍 추미애=하지만 두 사람의 파문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조 전 장관 사태는 대통령까지 진화에 나설 정도로 파장이 컸다면, 추 장관 파문은 나름 선방했다는 기류가 강하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조국 그 자체가 상징성이 너무 강했기에 손절이 어려웠다면, 추 장관은 정치적 대타가 없어 문제”라며 당이 나서 적극 옹호하는 이면에 다른 복심을 전했다.
또 다른 민주당 한 관계자는 성골과 육두품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조 전 장관때는 서초동, 광화문까지 불이 번졌다면, 추 장관은 그정도는 아니다”며 “성골과 육두품의 차이”라고 요약했다. 대통령의 복심으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밑그림을 그린 조 전 장관은 신라시대 왕족인 성골에 버금가는 상징성이 있었다면, 추 장관은 그 정도의 세력이나 상징성은 없다는 차이다.
문제된 이슈의 크기도 다르다. 양 전 교수도 “조 전 장관은 ‘진보정권은 깨끗하다’라는 정통성을 상실시킨 파장이 있었다면, 추 장관 건은 그 규모나 중요도는 많이 떨어지는 경중의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조 전 장관 때는 총선이라는 대형 정치 이벤트가 눈 앞에 있었다면, 추 장관은 코로나19라는 정치를 무력화시키는 흐름이 더 강하다는 점도 차이를 만든다. 엄경영 시대연구소 소장은 “조 전 장관 때는 사모펀드나 선거개입 월권, 학교재단 문제 같은 총선과 맞물린 확실한 한방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사적인 문제가 주를 이룬다”며 “야당이 주도권을 잡는 기간도 코로나19로 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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