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경제민주화’ 법안 추진했다 좌절 경험
다중대표소송제·전속고발권 폐지 등 논란
金 ‘지지기반’ 초선의원도 “단순 찬반 아냐”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지난 14일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이상섭 기자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경제리더십이 ‘공정경제3법(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을 계기로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앞서 기본소득 논의를 촉발시키고 새 정강정책에 ‘경제민주화’를 명시하는 등 진보적 경제정책을 추진한데 이은 것이다.
문제는 당내 이견이다. 공정경제3법과 관련해서는 초선·중진 가리지 않고 신중한 입장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8일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공정경제3법은 쟁점 사항이 워낙 여러 가지”라며 “쟁점 하나하나마다 기업과 국민들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지금 정책위 중심으로 전문가 의견도 듣고 저희들 의견을 정리해가는 과정에 있다”고 말을 아꼈다.
그동안 김 위원장의 지지기반으로 분류되던 초선의원들 역시 “(공정경제3법에) 무조건 반대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우려는 경청하고, 문제가 있는 부분은 보완할 필요가 있어 단순 찬반을 얘기할 순 없다”는 기류에 무게가 실린다.
김 위원장은 전날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공정경제3법’에 대해 “경제민주화와 모순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지난 14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상법과 공정거래법에 대해 “법을 전반적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게 제 소신”이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원론적 차원’의 찬성일지라도 그동안 보수야당이 ‘기업 옥죄기’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공정경제3법에 반대 목소리를 내온 것과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공정경제3법은 지난달 말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쟁점으로는 상법 개정안의 경우 감사위원 분리 선임 및 지배주주 3% 의결권 제한, 다중대표소송제도 신설 등이,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와 사익편취 규제대상 강화, 지주사의 자회사 의무보유 지분율 상향 조정 등이 꼽힌다. 금융그룹감독법은 복합금융그룹 6곳의 자본적정성 점검이 이중규제에 해당한다는 논란이 있다.
정무위 소속 국민의힘 한 의원은 “아직까지 정부·여당에서 공정경제3법과 관련해 우리 쪽에 제대로 된 설명을 한 적이 없다”며 “언론 보도를 토대로 살펴보면,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는 어디까지 고발 권한을 허용할지, 완전 100% 다 허용할지 여부, 사익 편취 규제대상 강화는 적대적 인수합병(M&A)를 막을 보호조치 등에 좀 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의원도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 분리선임, 지주회사 규제문제 등 경영권에 위협되거나 해외투기자본의 남용 가능성이 있는 규정에 대해서는 신중히 접근하고, 재계의 우려 목소리를 전부 경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 역시 “감사위원 분리선임은 스파이 이사를 선출할 우려가 있고, 다중대표소송제의 경우 남발될 우려가 있는 등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김 위원장으로서는 당내 의견을 수렴, 이견을 봉합하는 것이 급선무인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김 위원장을 상법과 공정거래법 등 ‘경제민주화’ 관련 제도 개편을 주도한 대표적 정치인으로 꼽는다.
그는 지난 2011년 12월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 캠프에 영입돼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 등 공약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박근혜 정부 체제에서 법무부는 2013년 7월 이같은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으나, 재계의 집단 반발 조짐 등으로 흐지부지됐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지난 14일 본지 인터뷰에서 “법무부가 상법 개정안을 가져갔는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못 하게 해 결국 아무것도 된 게 없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또, 4년 전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일 때 재차 다중대표소제 도입 등 내용의 상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여야 협의가 불발돼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다만, 입법 영역에서는 김 위원장이 주도권을 갖고 가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상법 개정안 등에 대해) 김 위원장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국회의원, 원내대표의 영역”이라며 “아무리 당 대표나 비대위원장이 전권을 갖고 있더라도, 입법 영역에서는 전권을 행사할 수 없다. 다양한 의견을 교환해서 수정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윤희·이원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