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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인, “공정경제3법 거부안돼”…당내 반발 노골적 ‘무시’
“반대의견 중요치 않다” 일축 파열음 커질듯
공정경제3법 엇박자…원론 찬성 vs 신중해야
새 정강정책 ‘의원 4선 연임제한’ 반영도 좌절
서울·부산시장 후보군 싸고 물밑 신경전 가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리더십이 중대 기로를 맞았다.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공정경제3법(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에 거듭 찬성의사를 밝혔으나, 당내 반발 기류가 심상치 않다.

김 위원장은 “의원 숫자가 많으니까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그 자체가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당내 반대 의견을 일축했다. ‘시장경제’라는 보수야당의 정체성을 중시하는 당내 의원들과의 파열음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은 21일 국회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공정경제3법 관련 당내 반발에 대해 “내가 말한대로 법 자체가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법안) 내용 중 일부 의원들이 논의하는 과정에서 시정할 부분이 몇 개 있으면 다소 고쳐질지 모르지만 3법 자체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공정경제3법은) 일단 수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찬성 입장을 명확히 한데 이은 것이다.

반면, 당내 의원들의 생각은 다소 결이 다르다.

복수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공정경제3법이)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기업을 옥죈다는 우려가 많은 만큼 내용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며 “정부가 제출한 원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손봐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공정경제3법은 감사위원 분리 선임 및 지배주주 3% 의결권 제한, 다중대표소송제도 신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와 사익편취 규제대상 강화, 지주사의 자회사 의무보유 지분율 상향 조정 등을 담았다. 김 위원장이 주도해온 ‘경제민주화’를 반영한 법안이라는 평가다. 경제계에서는 기업활동 위축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는 상태다.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가뜩이나 기업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규제를 신설하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며 “다중대표소송이나 전속고발권 폐지, 지주사 규제 강화 등은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 역시 “법안 내용이 워낙 복잡하고 방대한데다,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찬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 했다. 정무위와 법사위는 공정경제3법의 소관 상임위다.

김 위원장과 당내 의원들의 불협화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당색 변경을 놓고도 진통을 앓았다. 국민의힘은 당초 18일 발표하려던 새 당색을 20일로 한 번, 21일로 또 한번 미뤘다. 비대위가 추진하는 빨강, 노랑, 파랑 삼원색을 혼용하는 안과 기존의 ‘해피핑크’를 지지하는 소속 의원들의 의견이 엇갈린 데 따른 것이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의원 단체카톡방에서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다”면서도 해피핑크로 바꾼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당색은 정당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만큼, 3원색 혼용은 정체성이 다소 모호하다는 의견들이 있다“고 전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2일 전면 개정한 새 정강정책 마련 과정에서도 당 중진 의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쳤다. 비대위는 새 정강정책에 ‘국회의원 4선 연임제한’ 조항을 넣으려고 했으나 의원총회를 거듭한 끝에 끝내 제외했다. 해당 조항은 별도 법안 발의를 통해 진행하기로 했다.

내년 4월로 예정된 서울·부산시장 후보군을 둘러싼 물밑 신경전도 현재진행형이다. 김 위원장은 몇몇 초선의원들에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를 두고 중진의원들 사이에서는 불편한 기색이 존재한다.

김 위원장이 그동안 지지율 상승세를 바탕으로 다양한 혁신을 주도해왔으나, 취임 100일을 전후해 각종 파열음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허니문’ 기간이 끝나고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이다.

당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불만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당의 중요한 정책방향이나 의사결정을 미리 정해놓고 그 후에 의견을 수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니 불만들이 좀 있다“며 ”그동안 혁신이라는 대전제 하에 당 지지율도 올라가니까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지만, 당 정체성과 관련된 이슈는 이야기가 다르다고 말했다.

정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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