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탄결의문’ 추진 민주당도 180도 달라져
김종인, 정부여당에 “국민적 공분 자초” 경고
“살인자 사과에 감사 역겹다” 맹비난 쏟아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연합] |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공무원 피격사건에 대해 사과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두고 “계몽군주 같다”고 평가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은 김 위원장의 사과를 “이례적”이라고 추켜세우며 국면 전환에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반면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은 “계몽주의 사상가들이 땅을 칠 일”, “한심한 작태”라며 일제히 맹공을 퍼부었다. 민주당을 향해서는 “살인자의 사과에 감사해하는 모습이 역겹다”는 원색적인 비난도 쏟아냈다.
유 이사장은 지난 25일 노무현재단 공식 유튜브채널 ‘알릴레오’에서 진행한 ‘10·4 남북정상선언 13주년 기념 토론회’ 도중 김 위원장의 사과 소식이 전해지자 “김 위원장의 리더십 스타일이 이전과는 다르다”며 “내 느낌에는 계몽군주 같다”고 평가했다.
함께 출연한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도 “김 위원장은 일종의 계몽군주로서의 면모가 있다”며 “통이 큰 측면이 있다”고 거들었다.
“대북 규탄 결의안을 추진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던 민주당 역시 김 위원장의 사과 후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정치권에서는 결의안 채택이 사실상 무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직접 사과는 이전과 다른 경우”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같은 당의 전해철 국회 정보위원장도 정보위가 끝난 뒤 김 위원장의 사과에 대해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했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이번처럼 우리 정부의 공식적 요구에 의해 바로 이렇게 나온 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북한의 우리 국민 사살·화형 만행 진상조사TF' 제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는 유 이사장 및 여권 인사들의 발언에 “정신차려라”며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국민 생명과 안전보다 남북관계를 더 중시하는 문 정부의 철학이 드러났다”는 비난도 이어졌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국회서 열린 ‘북한의 우리 국민 사살·화형 만행조사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적반하장식 책임회피만 가득한 통지문을 보고 청와대와 여권은 김정은 칭찬과 변호에 여념이 없다”며 “‘김정은 찬스’로 이번 사태를 무마하려 시도한다면 더 큰 국민적 공분을 자초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교수도 “김정은은 계몽군주가 아니라 폭군”이라며 “김정은이 계몽군주라면 계몽주의 사상가들이 땅을 칠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인 한기호 의원은 “두 쪽 전통문에 정신이 혼미해 감읍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 정치인들에게 정신차리라고 경고한다”며 “혈육을 죽인 살인자의 사과에 감사해하는 모습은 역겹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여권은) 김정은 사과에 입 모아 ‘전화위복’이 됐다고 외친다”며 “그들의 머릿속 가치 체계 속에서 국민의 생명보다 남북관계가 더 상위에 있다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국회 긴급 현안질의를 열어 사태 진상을 밝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채택, 국제형사재판소 제소 등 추가 조치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27일 오전 9시부터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주호영 원내대표,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북한의 우리 국민 살해 만행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1인 시위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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