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한나라 vs 민주 ‘정쟁’ 만
한발도 못나간 퇴행적 정치문화
연평도 실종 공무원 피격 사건에 여야 정쟁이 국회를 덮었다. 여야는 ‘긴급 현안 질의’ 진행 여부를 두고 서로 의견을 다투고 있다. 정부와 청와대를 향한 공격·방어전을 벌이고 것이다. 이에 이명박 정부 당시 발생했던 ‘금강산 박왕자 씨 피살사건’이 회자된다. 12년 전과 전혀 다를 바 없는 현 국회 상황에 고질적인 양당제와 퇴행적 정치문화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28일 오전 홍정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민주당은 일관되게 국회 차원의 대북 결의안 채택을 요구했다”며 “다만 현안 질의는 현재 상임위에서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고, 필요하면 국감에서 다룰 수 있는데 본회의에서 다루는 게 불필요하다는 게 민주당 입장”이라고 밝혔다.
현안 질의 촉구를 위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국민의힘의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이날 아침 라디오에서 “국민의힘은 당초대로 본회의를 열어 대북공동규탄결의안도 채택하고, 또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석연치 않은 점들에 대해서 긴급현안질의를 요구하고 있다”며 “그런데 지금 민주당이 묵묵부답”이라고 비난했다.
여야만 바뀌었을 뿐 정쟁구도는 12년 전에도 같았다. 2008년 고 박왕자 씨 피살사건 당시엔 당시 야당이었던 통합민주당(더불어민주당 전신)과 여당이었던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이 정확히 반대 입장에서 서로를 공격했다.
2008년 7월 11일 새벽, 금강산에서 피격 사건이 터진 이후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의 홍준표 원내대표는 “남북관계가 단절되지 않는 선에서 진상조사 및 사태 해결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당시 야당인 민주당의 원혜영 원내대표는 “금강산 사태를 비롯한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긴급현안 질의 실시를 한나라당과 협의하겠다”고 했다. 당대표였던 정세균 국무총리 역시 “남북간 대화시스팀에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닌지 걱정이 크다”며 여당을 압박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런 정쟁은 메뉴얼의 부재도, 리더십의 문제도 아니다”라며 “우리 정치의 가장 큰 적폐인 양당 체제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 중심제를 가운데에 놓고 찬성하는 정당과 반대하는 정당밖에 없으니 이견이 안 그래도 클 수밖에 없는 북한 문제에서 무의미한 정쟁이 지속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엄경영 시대연구소 소장은 “북한 문제는 장기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북한은 남한에 대한 한반도 정책이 6·25 이후 하나도 안 변했고 대남 정책 담당 관료들도 몇 십년 씩 그대로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정권이 바뀌고 개각될 때마다 정책이 바뀐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회가 대북정책을 승자 독식의 제로섬 게임으로 바라보며 퇴행적 정치문화를 이어갈 게 아니라 정치의 요체인 대화와 설득, 협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