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외 무상 협력 사업을 주관하는 외교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에서 4년간 유통기한이 지나 안 쓰고 버린 비축품만 약 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홍걸 무소속 의원이 11일 코이카로부터 제출받은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 비축물품 폐기 세부내역’을 분석한 결과 2017년부터 현재까지 약 64건의 폐기가 이루어졌으며, 금액은 9138만2840원에 이르렀다. 김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폐기된 비축품은 의약품과 식료품이 대부분이었으며, 노후화된 장비도 일부 포함돼 있었다.
폐기된 비축품 중 금액 기준으로 가장 큰 것은 2016년 12월 구입한 의약품, ‘파자임-95밀리그람이중정’ 500개(2325만500원)이며, 2018년 유통기한이 도래해 전량 폐기했다. 2016년 12월 구입한 ‘마구내신주사액50%(황산마그네슘수화물)’ 100개 역시 1847만3000원을 들여 구입했으나 유통기한이 끝나 전량을 2018년에 폐기했다. 버려진 식료품 중에는 컵라면, 햇반, 생수, 커피믹스 등도 포함돼 있었다. 유통기한이 끝난 후 폐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상당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통기한 도래 후 폐기일까지 걸린 평균 기간은 144.1일이었다.
아울러 비축품 폐기의 특성상 구입 후 일부 사용 후 남은 물량을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구입단위의 물품 그대로 폐기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방대한 구입물량이 한꺼번에 버려지는 것이다.
김 의원은 “쓰지도 않고 않고 버리는 비축품 구입비용도 문제지만, 페기 절차나 과정도 문제가 있다”며 “식료품과 의약품은 유통기한에 특히 민감한 만큼 구입과 폐기에 대한 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