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야당의 시간’ 무색…“무능·무기력”
민주당, 증인 채택 철벽방어…“잘한 것 없다”
[헤럴드경제=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
[헤럴드경제=정윤희·이현정 기자]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반환점을 돌았다.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특혜휴가 의혹이 국감 첫 주를 달궜다면, 둘째 주부터는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가 국감 ‘블랙홀’로 부상했다. 각각의 대형 이슈를 둘러싼 여야 공방은 날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지만, 정작 정치권 안팎에서는 “보고 있기 고역”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다.
국민의힘은 전반전 내내 ‘결정적 한 방’을 날리지 못했다. 각종 질의를 쏟아냈지만, 의혹을 되풀이하는데 그쳤다. 통상 국감이 ‘야당의 시간’, ‘야당의 놀이터’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실망스럽다는 평가다. “무능하다”, “무기력하다”는 쓴소리가 쏟아진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증인 채택 요구를 철통 방어하며 빗장을 걸어 잠궜다. 야당의 의혹제기에 대해서는 ‘정쟁’으로 규정했다. 전문가들은 “의석수와 높은 대통령 지지율에 기댔을 뿐, 잘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이수혁 주미대사 등 여당 출신 국무위원들의 태도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둘 다 낙제”라고 평가 절하했으며, 최영일 시사평론가 역시 “실망스럽다”고 했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야당은 워낙 무능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여당은 골을 한 골도 못 넣었는데 상대방이 자살골을 넣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선전한 셈”이라고 평했다.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왼쪽부터)과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김석기 국민의힘 간사가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통일부 등 국정감사에서 논의하고 있다. [연합] |
국감을 목전에 두고 발생한 북한의 공무원 피격 사건은 당초 이번 국감 최대 이슈로 꼽혔다. 국민의힘 역시 칼날 공세를 예고했었다. 추석 연휴 내내 “대통령은 어디있나”며 대통령 책임론을 앞세운데 이어 여세를 몰아 국감에서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하겠다며 잔뜩 별러왔다.
그러나 정작 국감에 돌입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피격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 등 핵심 증인채택 요구가 모두 민주당에 가로막혔다. 국민의힘은 ‘방탄국회’의 책임을 민주당에 돌리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를 내지 못했다. 월북설, 우리 군 대응, 대통령 보고 시간 등에 대해서도 결정적인 추가 정보를 파헤치는데 실패했다. 남은 후반전에 임하는 국민의힘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한 의원은 “(비판이 있는 것을)알고는 있다. 민주당이 조금이라도 불리할 거 같으면 아예 증인채택을 거부하면서 시작 전부터도 맹탕국감이 될 거라는 걱정들이 많았다”며 “여당이 저런 식으로 국감 자체를 무력화시키고 있는데 국감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야당의 공세가 예상 수준에 그쳤다며 내부적으로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만 반복되고 새로운 쟁점이 불거지지 않았다는 것이 민주당의 평가다. 민주당은 북한의 피격 사건에 대한 야당의 공세를 ‘정쟁’으로 규정하며 남은 국감 기간에도 최대한 방어한다는 계획이다.
국방위원회 소속의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이번 사건은 한미첩보자산을 바탕으로 신중히 접근해야 하는 사안인데 야당은 월북 정보는 믿지 않고 시신 훼손 정보만 믿는 등 정보를 취사선택하고 있다“며 ”우리 당에선 한미첩보자산을 근거로 일관되게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야당은 이를 계속 정쟁화하려고 하는데 큰 거품은 꺼졌다“고 평가했다.
최 평론가는 “정책국감으로의 전환은 실패했고, 습관대로 정쟁국감을 이어가고 있다”며 “북한 피격 문제만 봐도 대북규탄결의안을 처리하고 북한을 압박하며 소통해야 하는데 여야가 싸우느라 북한에 할 말도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윤호중 법제사법위원장과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정회 후 설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 |
국감서 되풀이된 추 장관 아들의 군 휴가 특혜 의혹 공방은 국민적 피로감만 누적시켰다는 냉혹한 평가를 받는다. 추 장관이 출석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증인채택 무산에 따른 ‘방탄국감’ 논란이 가장 팽팽하게 전개된 곳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은 추 장관 아들 서모씨의 특혜 휴가 의혹과 관련해 서씨 등 20여명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민주당에서 모두 거부했다.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수차례 성명서를 발표하며 증인채택을 촉구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국방위원회에서도 한기호 국민의힘 간사가 증인채택 불발에 항의해 간사 사퇴 선언을 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추 장관의 거짓말’에 포커스를 맞추고 공세를 집중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해당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하면서도 추 장관이 보좌관에서 지원장교 연락처를 문자메시지로 보냈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정감사는 ‘국정감싸’가 아니다“며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질의를 ‘정쟁’으로 폄훼해 끌고 가려는 정쟁적 사고를 민주당과 여당 2중대는 지양해야 한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야당 공세에 선방했다고 보고 있다. 국감에서 제기된 의혹이 이전부터 제기됐던 의혹 수준에 머물렀다는 판단에서다. 당초 추 장관 아들 의혹은 이번 국감에서 여야의 치열한 혈투가 예상되는 사안이었던 만큼 민주당은 야당의 관련 증인 채택 요구에 철벽을 치고 야당의 공세를 ‘정쟁 의도’로 규정하는 등 방어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야당의 새로운 의혹 제기가 없는 등 ‘큰 한방’은 없었다는 것이 내부적인 평가다.
국방위 소속의 여당 의원은 통화에서 “국감 전부터 추 장관 아들에 대한 의혹이 많이 제기됐지만 검찰 수사 결과로 주요 쟁점이 해소되면서 국감에선 큰 이슈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추 장관 아들 의혹에 대한 질의가 계속 반복되면 국민들의 피로감만 늘어날 것”이라며 “남은 국감 기간 동엔 정책 국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추 장관의 답변 태도 역시 또 다른 논란이다. “소설 쓰네” 발언으로 사과했던 추 장관은 “뻔뻔하다”는 야당 의원들의 비난에 ”소설이 소설로 끝난 게 아니라 장편소설을 쓰려고 하나“고 충돌했다.
황 평론가는 “여당은 수만 믿고 추 장관, 이수혁 주미대사 등으로 대표되는 오만방자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야당 역시 아무리 수적 열세라지만, 새로운 것을 발굴한게 없고 기존 의혹을 재탕, 삼탕하는 수준에 그치는 등 무기력함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윤관석 위원장 주재로 열리고 있다. [연합] |
여권 인사들의 연루설이 불거진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는 국감 후반전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의 봉쇄전략에 막혀 맥을 추지 못한 국민의힘이 반전을 가져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은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권력형 비리게이트’로 규정하며 특검 도입을 촉구하는 등 대대적인 압박에 나서고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정관계 로비 의혹이 불거진 만큼, 내년 4월 재보궐선거에 미치는 영향 또한 클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기존 ‘사모펀드 비리방지 및 피해구제 특별위’를 ‘라임·옵티머스 권력형 비리게이트 특위’로 확대 편성키도 했다.
최전선은 정무위다. 정무위는 오는 23일 열리는 종합감사에서 옵티머스 주주 중 한명이자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낸 이진아 변호사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정무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옵티머스 사태는 피해 규모가 크고 여권 핵심인사들의 이름 다수가 오르내리는 만큼 관련 의혹을 철저히 파헤칠 것”이라고 다짐했다.
민주당은 옵티머스 사태 관련 여권 인사 연루설을 ‘카더라 통신’으로 못박고 야당의 공세에 맞서고 있다. 여권 인사 연루 의혹이 제기됐지만 실질적인 실체가 없다는 것이 민주당 내부의 결론이다.
정무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은 통화에서 “옵티머스와 라임 사태는 명백한 사기 범죄이기 때문에 정무위가 아닌 행안위나 법사위가 다뤄야 한다”며 “야당이 정무위에서 계속 이슈를 키우고 있는데 똑같은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어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감에서 사모펀드를 포함한 자본시장에 대한 감독 체계를 점검해야 하는데 이는 뒷전”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라임·옵티머스든 야당이 판을 주도하며 진상을 밝혀내고 대안을 찾아내가야 하는데, 정치공세밖에 없다”며 “내부적으로 정보가 있는 것도, 국정조사를 할 여력도, 관련 전략이 있는 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당은 야당보다 지지율이 높고, 대통령 지지율이 높다보니까 야당 주장에 별로 대응하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점수를 덜 잃게 됐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yuni@·re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