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부동산 정책의 전환을 시사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직접 나서 그간 부동산 정책을 반성하고 공급 확대를 골자로 하는 새 정책 마련을 말했다.
그동안 20여 차례의 수요 억제 중심 규제를 발표할 때마다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달라”며 책임론을 거부했던 정부여당의 태도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는 일단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또 주택에 대한 다양한 수요, 그리고 통계로 감추려했던 공급부족을 드디어 인정했다는 점에서도 이날 이 대표의 발언은 박수받을 만하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은 분명히 실패했다. “안정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국토부 장관의 말이 무색하게 집값은 단기간에 역대급으로 올랐고, 이제는 전셋값 상승에 물량 부족까지 더해지는 최악의 수순을 밟고 있다. 집이 있고 또 경제적 여유가 있는 경제부총리가 정작 실거주할 전셋집을 쉽게 못 구해 주목받는 사태가 그 단면이다.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또 한 집에 4명이 살던 시대에서 3인 가구가 표준이 되고, 독신 가구도 크게 느는 등 집에 대한 수요 자체가 늘었다. 여기에 과거에 비해 절대적으로 오른 소득과 높아진 눈높이는 당연히 ‘더 좋고, 더 편한’ 집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진다.
이 대표가 “주거 수요는 과거보다 수준이 높아지고 내용이 다양해졌다”고 말한 그대로다. 이런 집에 대한 발전된 욕구를 무시한 채, 반지하와 옥탑방, 그리고 30년 넘어 40년 된 고쳐쓰기도 쉽지 않은 붉은색 벽돌 다가구까지 포함한 90%, 100% 보급률만 가지고 “집은 충분히 있다. 투기가 문제다”라고 외친 정부여당 스스로의 그간 항변을 마침내 여당 대표가 나서 질타한 것이다. 정부여당에 속한 본인들, 또 본인들의 자식도 살고 싶어하지 않는 집을 가지고 보급률로 정책 실패를 덮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이 대표의 말 한 마디로, 현 정부여당 주택 정책이 얼마나 바뀔 것인지는 여전히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장 자리를 지금의 여당이 가져간 이래 도심재생이라는 이름으로 10년 넘게 계속돼온 도심 재개발 정책에 대한 외면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야당의 공급 중심 정책 대안을 듣고 “서울에 집과 일자리가 없으면 지방 가서 살면 된다”고 말했던 한 여권 관계자의 과거 발언처럼, 지금도 정부여당의 정책 기조는 행정수도 이전, 수도권 기업 억제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늘리는 것이 아닌, 자신들이 계획한 공급에 맞게 수요를 조세와 제도로 조절하겠다는 마인드는 아직 그대로다.
이 대표는 기존의 부동산 정책을 전면 쇄신하겠다며 ‘미래주거추진단’이라는 태스크포스(TF) 출범을 지시했다. TF가 만들어야 하는 새 정책은 규제로 임차인을 보호하는 대신, 사람들이 원하는 곳에 좀 더 많은 집과 전세를 공급하는, 어찌 보면 당연한 시장 중심의 정책으로 대전환이다. 규제는 그 과정의 보완책, 일시적인 부작용 최소화일 뿐이다. 절대 정부 주택 정책의 중심이 돼서는 안 된다.
지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친’ 상태다. 이미 저 멀리 떠나간 엄한 소를 잡겠다고 그나마 남은 소마저 도망가게 놔두지 말고, 지금이라도 수요와 공급이라는 외양간으로 되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