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리더십이 최대 고비를 맞았다.
내년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당내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김 위원장에 대해 쌓인 불만을 동시다발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중도하차설, 사퇴설이 도는가 하면 “비대위를 여기서 끝내자”는 목소리도 공개적으로 터져 나왔다.
당내 최다선인 5선 조경태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현재의 비대위로서는 더 이상 대안세력, 대안정당으로 기대할 수 없다”며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의 한계를 많은 국민들과 당원들이 절감하고 있다”며 “전당대회를 통해 대안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위 출범 이후 현역의원이 공개적으로 조기전대론을 꺼낸 것은 처음이다. 전날 보수원로이자 당 상임고문단 의장인 박관용 전 국회의장 역시 김 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야당이 야당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4선 김기현 의원도 21일 국회서 열린 비대위-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이제 우리 국민의힘도 ‘곱셈정치’를 해야 할 때”라며 “우리 내부의 인재를 최대한 다듬어 부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김 위원장이 재보선 후보군 관련 당내 인사들을 평가절하 한데 대해 ‘뺄셈정치’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김 위원장을 향한 당내 비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다만, 그동안은 수면 아래의 불만에 그쳤다면, 서울·부산시장 재보선을 고리로 파열음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당 안팎에서는 복수의 원내외 인사들이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유력한 후보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부산시장 후보가 없다”고 발언하자 불만이 폭발했다. 4선 권영세, 3선 장제원 의원뿐만 아니라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차라리 문을 닫아라”, “자해적 행동”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이 “잘못 전달된 말”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날 열린 비대위-중진의원 연석회의 역시 김 위원장이 중진의원들의 불만을 다독이는 동시에 혁신의지를 독려하기 위한 자리로 보고 있다. 이날 회의는 지난달 9일 이후 한 달 넘게 중단됐던 것을 재개한 것이다. 정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