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 2020년 10월 외국의 한 거리. 스마트폰 카메라로 거리를 비춘채 시간을 1895년으로 맞춘다. 순간 화면 속 풍경이 그 당시, 지금 이 거리의 모습으로 바뀐다. 에메랄드 빛 철문이 있던 자리는 엔틱한 분위기의 상점으로 바뀌어 있다. 아스팔트 대신 돌 길로 바뀐 거리 위에는 말이 끄는 마차 한 대가 지나간다. 1895년 거리 속에 그대로 이동한 느낌이다.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실감현실 기술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 5세대(5G) 통신 시대에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콘텐츠가 미래 핵심 먹거리로 주목받으면서, '시간 여행'을 방불케 하는 수준까지 기술이 구현되고 있는 것. AR, VR 콘텐츠 개발에 힘을 싣고 있는 국내 통신 3사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기술은 구글이 최근 소개한 '구글 어스 클라우드 앵커(Earth Cloud Anchors) 기능이다. 유튜브에 올라온 기술 소개 영상도 큰 화제다.
이 기능은 구글의 AR 플랫폼인 AR코어(ARCore)를 기반으로 한다. 구글 맵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뷰', '스트리트 뷰'에 지형 현지화를 고려한 AR 기술이 덧입혀진 방식이다. 특정 거리에서 특정 연도를 선택하면, 해당 연도의 거리가 스마트폰 화면으로 구현된다. 화면을 비춘 채로 이동이 가능해 과거 거리를 그대로 걷는 듯한 경험이 가능하다.
특히 이 기술은 가상이 아닌 실제 세계에 AR콘텐츠를 고정시켜 놓을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이 때문에 향후에는 현실 세계를 배경으로 AR 게임을 즐기거나 거리를 걸으면서 주변 건물의 정보, 정류장 정보 등을 띄우는 기능까지 본격화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구글 어스 클라우드 앵커(Earth Cloud Anchors) 화면. 2020년 거리(위)에 화면을 비추고 1895년으로 연도를 설정하면 해당 연도 거리(아래)의 모습이 증강현실(AR)로 구현된다 [출처: 구글 유튜브] |
국내 통신업계도 5G 시대 새로운 먹거리로 실감현실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2023년 411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실감현실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SK텔레콤의 경우, 창덕궁에 AR을 입혀 가상의 해치가 길을 안내하고 구역별 정보를 안내하는 '창덕 아리랑(ARirang)'을 지난 7월 선보이고 AR앱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구글의 AR코어 기술과 협력해 국내에 맞는 AR 콘텐츠 모델을 개발한 사례로 꼽힌다.
SK텔레콤은 혼합현실 제작소인 '점프스튜디오'를 통해 직접 AR·VR 콘텐츠 제작 시장에도 뛰어든 상태다.
LG유플러스는 미국, 중국, 일본, 캐나다, 프랑스 등의 관련 기업들과 함께 5G 연합체를 결성했다. 우주 정거장을 AR, VR 촬영한 콘텐츠를 공개하는 등 연합체 프로젝트도 본격화됐다. 특히 LG유플러스는 소비자형 AR 안경을 세계 첫 출시는 등 하드웨어 분야까지 힘을 실으면서 5G 콘텐츠 시장 선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KT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케이팝 콘텐츠를 기반으로 5G 콘텐츠 해외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나아가 정부차원에서 실감현실 시장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어 국내 통신사들의 행보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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