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속도를 볼모, 오히려 역풍 맞을수도”
[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롱텀에볼루션(LTE) 속도는 세계 1위인데, 넷플릭스 속도는 쿠웨이트보다 느리다”
한국 인터넷망 사용료를 내지 않아 ‘무임승차’ 논란에 휩싸인 미국의 넷플릭스가 한국인들 덕분에 승승장구 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한국 내 유료 가입자는 330만명(9월말기준)에 달한다. 1년새 약 2배나 올랐다. 특히 한국과 일본이 3분기 성장의 일등공신이라고 넷플릭스측은 전했다. 그럼에도 속도는 한국이 전세계 최하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말 기준 국내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는 330만명을 넘어섰다. 아태지역 성장을 견인한 ‘1등공신’으로 한국 시장이 꼽히지만 넷플릭스 이용 속도는 세계 최하위권이다.
넷플릭스가 매월 자체적으로 발표하는 ‘넷플릭스 ISP(통신사) 속도 지수’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한국의 넷플릭스 재생 평균 속도는 3.23Mb㎰다. 쿠웨이트(3.58Mb㎰), 말레이시아(3.78Mb㎰), 인도네시아(3.27Mb㎰)보다도 느린 속도다. 싱가포르(4.13Mb㎰), 미국(4.44Mb㎰)과도 큰 차이다.
LTE 다운로도 속도로 본다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속도를 구현한다. 글로벌 네트워크 시장조사기관 오픈시그널이 지난해 1~3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LTE 다운로드 속도는 52.4Mb㎰로 세계 1위다.
쿠웨이트(16.2Mb㎰), 말레이시아(11.5Mb㎰), 인도네시아(6.9Mb㎰)는 LTE망 속도 하위권 국가다. 넷플릭스 ISP 속도 지수대로라면, LTE 속도 세계1위 국가가 넷플릭스 속도는 최하위권 국가인 셈이다.
‘넷플릭스 ISP 속도 지수’는 특정 시간대 ISP(통신사)별 넷플릭스 월 평균 속도를 측정한 것이다. 넷플릭스측은 이 지수가 통신사의 최대 용량 또는 최대 처리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통신업계에선 넷플릭스가 그동안 자체평가한 ‘넷플릭스 ISP 속도 지수’를 사실상 ‘볼모’로 삼고, 통신사와 인터넷망 이용 협상을 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칫 이용자에게 특정 통신사는 넷플릭스 구현 속도가 낮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통신사가 넷플릭스 서버(캐시서버)를 설치하도록 유도하고 서버를 무상으로 설치해주는 대신 망 이용료는 내지 않는 식의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국내의 경우 넷플릭스 서버를 설치한 LG유플러스가 4.19Mb㎰로 가장 속도가 빠르다. 넷플릭스와 법적 소송 중인 SK브로드밴드는 2.25Mb㎰로 최하위다.
[LG유플러스 블로그 출처] |
망 이용료를 둘러싼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소송전 ‘본 게임’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속도를 ‘볼모’로 삼아 온 넷플릭스의 ‘망 무임승차’ 관행이 법적으로 손질되는 신호탄이 될 지 주목된다.
앞서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와 망이용료 협상에 난항을 겪자 방송통신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했다. 방통위가 중재 결과를 내놓기도 전에 넷플릭스가 망이용료를 지불할 이유가 없다는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하면서 두 기업의 갈등이 ‘소송전’으로 치닫은 상태다. 오는 30일 오전 10시1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첫 공판이 열린다.
넷플릭스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망 무임승차를 뿌리 뽑기위해 이른바 ‘넷플릭스 갑질 방지법’까지 국회를 통과해 콘텐츠업계(CP)도 망 안전성 의무 등을 지게 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SK브로드밴드와 소송전이 본격화되면서 넷플릭스가 오히려 속도 역풍을 맞을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 속도가 낮아 특정 국가 이용자가 불편을 겪고 있다면 망 사업자 뿐아니라 넷플릭스 또한 일정 부분 그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결국 타 국가에 비해 낮은 속도로 넷플릭스가 역풍을 맞을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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