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도 2006년 이후 가장 높아
감정가 6억원 이하 중소형 위주로 인기 고공행진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 없는 등 규제 덜 받아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2일 서울동부지법 경매4계. 감정가 6억3800만원인 송파구 문정동 문정시영 40㎡(이하 전용면적)가 처음 경매에 나와 감정가보다 1억원 가량 높은 7억3151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15%였다. 이날 이 법원에서 경매 절차를 진행한 5건의 아파트 경매 중 3건은 낙찰가율이 110%를 넘었다. 다른 2건은 ‘지분매각(아파트 전체가 아닌 일부만 경매를 진행하는 것)’건이거나, 채권총액이 많고 명도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건이어서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경매였다.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경매가 뜨겁다. 매매시장이 각종 정부 규제로 위축된 사이 경매시장엔 시세보다 싸게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이 대거 몰려 역대 최고로 과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3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0월 법원 경매시장에서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111.8%를 기록해 월간 기준 역대 가장 높았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가 감정평가사들이 책정한 적정 가격(감정가)보다 평균 11.8%나 높다는 이야기다.
직전 서울 아파트 월 평균 최고 낙찰가율은 지난 8월 기록한 107.0%였다. 9월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수도권 일부 경매 법원이 문을 닫는 등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아 낙찰가율이 89.7%까지 떨어지면서 잠시 위축됐으나, 10월 다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고공 행진’하는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 덕분에 경기도와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전체 아파트 낙찰가율 평균도 104.3%까지 치솟으면서 노무현 정부 집값 급등기였던 2006년 11월(105%) 이후 13년1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응찰자수도 많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건당 평균 응찰자수는 7.9명으로 지난 2월(7.9명)과 함께 올 들어 월간 기준 가장 많았다. 수도권 전체 아파트 경매 건당 응찰자수는 6.2명으로, 8월 5.4명, 9월 6.0명 등에 이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 및 수도권 경매시장이 이렇게 뜨거운 건 매매시장의 규제를 피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택을 사려는 수요가 몰린 데 따른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감정평가를 한 시점이 경매에 나오기 4~6개월 전이어서, 감정가가 시세보다 상대적으로 싸진 곳이 많아진 것도 낙찰가율이 오른 배경이다. 단기간 시세가 뛰어 경매 응찰자들이 입찰가를 감정가보다 높게 써도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낙찰가율이 가장 높은 아파트는 대부분 서민들이 찾는 6억원 이하 중소형이다. 지난달 수도권에서 낙찰가율이 가장 높았던 아파트 경매 상위 10건 중 서울 송파구 방이동 ‘아크로빌’ 190.1㎡(감정가 12억9500만원, 낙찰가 19억5000만원, 낙찰가율 151%)를 제외하곤, 모두 감정가 6억원 미만 중소형이었다. 화성시 능동 동탄푸른마을 ‘두산위브’ 72.7㎡(감정가 3억300만원, 낙찰가 4억2698만원, 낙찰가율 141%), 군포시 산본동 ‘주공4단지’ 41.9㎡(감정가 2억600만원, 낙찰가 2억8631만원, 낙찰가율 139%) 등이 대표적이다.
응찰자수가 가장 많았던 경매 건도 비슷하다. 감정가 5억3000만원인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 상현마을 ‘금호베스트빌’ 122.9㎡(34명, 낙찰가 5억8199만원), 감정가 6억4700만원인 서울 강서구 염창동 염창3차우성 아파트 85㎡(33명, 7억707만원) 등 중소형이 지난달 30명 이상 응찰해 가장 많은 응찰자가 몰린 경매 건이다.
정부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것도 수도권 경매시장에 사람이 몰리는 이유다.
오명원 지지옥션 연구원은 “경매로 주택을 매수할 경우 매매시장에서와 달리 자금조달계획서, 토지거래허가증명 등이 필요하지 않다”며 “시세보다 싸게 규제도 덜 받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중소형 아파트를 찾을 수 있으니 경매 인기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서울 아파트 밀집지역.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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