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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부업은 배달? 본업은 건물주!”
#. 최근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한 건물에서 자영업을 시작한 A씨는 상가 임대 계약을 위해 건물주와 약속을 잡았다가 놀랐다.
일이 늦어져 약속 시간을 맞추기 힘들다던 건물주가 알고 보니 ‘배달 라이더’ 일을 하고 있던 것. A씨는 “건물주가 배달 가방을 실은 오토바이를 몰고 나타났다”며 “신천동 먹자골목에만 건물 몇 채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들었는데 뜻밖의 모습에 ‘부자가 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택배 시장과 음식 배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라이더 전성 시대’가 열렸다. 배달업에 뛰어든 라이더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로 일자리에 타격을 입은 일반인들마저 배송·배달업에 뛰어드는 상황.
하지만 그들만 있는게 아니다. 소위 먹고 사는데 전혀 지장이 없는 돈 많은 사람들까지 라이더에 뛰어들고 있다. 돈도 벌고, ‘건강’과 ‘재미’를 찾아 라이더 일을 시작한 이들까지 등장했다.
3일 배달의민족(배민) 따르면 지난 9월 배달라이더(배민 커텍터)의 수가 5만명을 넘어섰다.
배민커넥트는 ‘내가 원할 때 원하는 시간만큼 배달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다. 오토바이가 없어도 도보나 자전거를 이용해 배달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비슷한 예로 쿠팡 플렉스, 바로고 등이 있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일감을 배정받으면 이를 전달하고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배민커넥트 기준 지난해 12월엔 1만1000명에 불과했다. 불과 9개월만에 라이더가 4배 가량 급증한 것이다.
배달의 민족 배달 라이더가 이동하는 모습. [연합] |
상당수가 코로나19로 생계에 타격을 입은 직장인 및 자영업자다. 하지만 최근엔 자신의 수입과 무관하게 배달일을 시작한 이들도 심심찮게 많다. ‘억대 연봉’을 받는다는 직장인 김모(34) 씨도 지난달부터 주말에 라이더 일을 시작했다. 김 씨는 “그동안 주말마다 자전거를 타며 운동을 했는데 운동도 하고 용돈도 벌 수 있단 생각에 하게 됐다”며 “친구들이 수백만원짜리 자전거가 아깝다며 웃었다”고 말했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엔 김 씨처럼 ‘운동 겸 배민 라이더스를 해봤다’는 ‘인증글’이 드물지 않게 올라오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코로나19로 집안에만 갇혀 지내는게 힘들어 돈도 벌고, 우울증 해소 등을 위해 시작했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고 있다.
하지만 각종 사건, 사고가 도사리고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직장인 이모(36) 씨는 “배달에 나섰다가 자전거에 펑크가 나 다칠 뻔했다”면서 “전달받은 음식도 지각 배송했다”고 토로했다.
배달업계 관계자 “배달업 특성상 교통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고, 모르는 사람의 집에 방문해야해 범죄에 노출될 수도 있다”며 “취미로 하기에는 애로점이 많다. 항상 안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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