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인스타그램 ‘공동 구매’를 통해 겨울 코트를 장만하려던 A씨. 10만원이 넘는 가격에 ‘현금 영수증’을 요구하자 “저마진으로 팔아서 불가능하다”며 “정 원한다면 10% 추가 금액을 받고 끊어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 네이버 블로그로 취미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려던 B씨 또한 같은 경험을 했다. B씨의 문의에 판매자가 “사업자가 아니어서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판매를 시작한 지 수개월이 넘은 블로그였지만 여태껏 ‘사업자 등록’도 하지 않은 채 운영 중이었던 것. 해당 상품에만 구매 문의·답변이 담긴 ‘비밀 댓글’이 1000개가 넘게 달려 있었다.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마켓 일부 판매자의 ‘탈세’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좌 이체나 간편 송금 등 현금 결제를 유도하고, 현금 영수증 발급마저 거부하는 실정이다. 사업자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허다하다.
SNS 판매를 통해 소득을 올리면서도 의무는 다하지 않는 이들을 비꼬는 ‘팔이피플(파는 사람들)’이라는 유행어까지 생길 정도다.
네이버 블로그(왼쪽)와 인스타그램(오른쪽) 판매자에게 현금 영수증 문의 후 받은 답변. [사진=박지영 기자] |
유통 업계가 추정하는 SNS마켓의 규모는 20조원 가량. 인스타그램에 ‘공동구매’ 키워드로 잡히는 게시글만 52만 건이 넘는다. 최근에는 팔로워가 수천~10만 명 수준인 ‘나노·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도 마켓 시장에 뛰어들었다.
‘공동구매(공구)’는 주로 SNS 마켓에서 이뤄지는 판매 방식이다. 일정 기간 구매자를 모집한 뒤, 거래가 완료된 후에는 게시글을 삭제한다. 판매 기록과 소득을 추적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탈세가 횡행하는 까닭이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세청에 제보된 관련 신고만 8000건이 넘는다.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5~2019년 전자상거래(SNS, 블로그, 카페, 온라인 쇼핑몰 등) 탈세 관련 신고가 8364건에 달했다. 이중 77.5%가 혐의가 있거나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는 신원 정보 미상 등을 이유로 누적·관리 중이다.
인스타그램에 ‘공동구매’를 키워드로 검색할 경우 52만 1000개의 게시글이 나온다. [사진=박지영 기자] |
인스타그램 등 해외 플랫폼은 더욱 취약하다. 국내 플랫폼은 국세청 요청 시 판매자에게 위법 정황을 고지하지만, 해외 플랫폼은 그렇지 않기 때문. 국세청은 “국내 플랫폼과는 논의가 끝나 협조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인스타그램 등 해외 플랫폼 업체들과는 아직 논의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현재 네이버, 카카오 등은 국세청 요청 시 위법 정황(사업자 등록번호 미고지, 탈세 등)이 포착된 판매자에게 해당 사안을 고지해 시정하도록 한다.
이에 대해 인스타그램 측은 “법적 절차를 통해 요청이 올 시 관련 기관 협조를 위해 노력 중”이라면서도 “인스타그램은 직접적으로 상거래가 이루어지는 플랫폼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인스타그램에서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이용자들이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플랫폼 내 인센티브를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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