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재료 손질→요리→설거지까지”
요즘 주방 가전 시장에서 화제인 ‘만능 요리 가전’이 있습니다. 자기가 알아서 모든 요리를 합니다.
실제 사용해보니 참 신기합니다. 한국, 양식 등 못하는 요리가 없었습니다. 재료 손질부터 요리까지 한번에 해결해주는 만능 요리 가전입니다.
국내에선 처음 선보이는 가전 제품이라고 합니다. 가열은 물론 젓기, 믹서기, 반죽기, 찜기 등 각종 기능이 혼합된 ‘멀티 쿠커’. ‘플렉스 쿡(Flex Cuc)’입니다. 프리미엄 주방 가전 시장을 겨냥해 쿠첸이 자체 기술로 만들었습니다.
한국엔 처음 선보인 제품이지만, 이미 독일 등 유럽에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독일 포어벡(Vorwerk)사의 멀티 쿠커 ‘써머믹스’의 지난해 매출만 1조 6000억원(12억 6840만 유로)에 달합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누적 매출액은 무려 6조 3000억원(47억 5350만 유로)입니다.
연 4조원 규모의 멀티 쿠커 시장이 형성된 서양권에서는 파스타, 리조또, 스튜 등 한 그릇에 끝낼 수 있는 요리가 주식입니다. 한국인의 ‘밥상’에는 쌀밥과 여러 가지 반찬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럼 ‘한식’과도 궁합이 잘 맞을까요.
4일 동안 직접 써봤습니다. 무엇보다 요리 시간을 10~30분 이내로 획기적으로 줄여줄 뿐 아니라, 불 앞에 서 있을 수고를 덜어줘 어깨와 손목도 지켜준다는게 반가웠습니다. 죽, 콩나물국부터 인스턴트 칼국수까지 ‘한식’만으로 ‘1일 1꿀첸’ 해봤습니다.
(왼쪽)분쇄 기능을 통해 당근과 양파를 갈아서 재료를 준비한 모습. (오른쪽)플렉스쿡으로 만든 참치야채죽. [사진=박지영 기자] |
‘플렉스 쿡’은 조리만 해주는게 아닙니다. 재료 손질부터 설거지까지 요리 전 과정을 전담 마크합니다. 참치야채죽을 만들기 위해 당근과 양파를 ‘분쇄’했습니다. 단 ‘10초’만에 다져졌습니다. 불린 쌀과 참치는 내장된 칼날이 알아서 저어줘 눌러붙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레시피가 요리 단계에 따라 칼날의 속도와 힘도 알아서 낮춰줍니다. 모터 강도를 조절할 수 있어 죽은 물론 어린 아이가 먹을 ‘이유식’ 조리도 가능합니다.
(왼쪽) 콩나물국 재료를 담아준 모습. (오른쪽)플렉스쿡으로 만든 콩나물국. [사진=박지영 기자] |
한국인 밥상에 국이 빠질 수 없죠. 재료를 모두 넣고 10분 끓여줍니다. 아삭함이 살아있는 따끈한 국이 완성됐습니다. 냄비 뚜껑을 닫으면 와르르 끓어넘치고, 열면 국물이 쫄아버리는 불편함이 전혀 없었습니다.
(왼쪽) 단순 저어주기, 반죽 등에 사용되는 ‘비터’ 부품 장착한 모습. (오른쪽) 플렉스쿡으로 만든 인스턴트 칼국수. [사진=박지영 기자] |
하다못해 인스턴트 요리까지 쉬워집니다. 칼날을 감싸주는 ‘비터’를 장착하고 칼국수를 만들어봤습니다. 재료 손상 없이 단순 저어주기나 반죽이 필요할 때 사용하는 부품입니다. 물과 면발, 해산물 블럭을 넣고 10분 가열해줍니다. 면이 잘리지 않고 탱탱하게 살아남았습니다. 며칠 전 냄비에 끓이고 한 눈을 팔았다가 국물이 넘치고, 면발이 눌러붙어 절반을 버려야했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왼쪽) 닭볶음탕 재료를 담아준 모습. (오른쪽)플렉스쿡으로 만든 닭볶음탕. [사진=박지영 기자] |
플레스쿡이 조리가 되고 있는 모습. 비터를 장착한 블레이더가 돌아가며 재료를 저어주고 있다. 열고 닫을 수 있는 투입구로 조리 상태 확인 및 재료 투입이 가능하다. [사진=박지영 기자] |
닭볶음탕도 한 방입니다. 손질한 재료와 양념을 한꺼번에 넣고 15분 가량 가열하면 끝입니다. 물을 조금 많이 담아서 투입구를 열고 졸여줬습니다. 투입구를 통해 손쉽게 조리 상태를 확인하고 파, 마늘, 후추 등 추가 재료를 넣을 수 있습니다.
‘플렉스 쿡’에는 이밖에도 120개 레시피가 내장돼 있습니다. 국과 찌개는 물론 꽈리고추 멸치조림 같은 반찬, 영양밥, 양념, 심지어 김치 속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레시피 단계마다 기기가 알아서 온도·강도를 설정해줘 버튼만 누르면 됩니다. 이밖에 비프 브루기뇽, 레드 커리 스테이크, 퐁당 쇼콜라 등 범위가 무궁무진합니다.
쿠첸에 따르면 구매자의 절반 이상이 ‘요리 초보’ 30대와, ‘요리 베테랑’ 50대입니다. 30대(37%)의 뒤를 50대(25%)와 60대, 70대(각각 13%)가 뒤를 잇습니다. 요리를 잘 못하는 젊은 세대에서 반응이 높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요리에 익숙한 50대 이상에게서 반응이 더 좋습니다.
파워 분쇄, 저어주기 기능이 요리의 ‘귀찮음’을 크게 덜어주기 때문입니다. 35년차 ‘베테랑 주부’인 어머니께서도 “어깨랑 손목 안 아픈게 제일 좋아 보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15분간 뜨거운 물로 내부를 알아서 씻는 ‘불림 세척’도 훌륭했습니다. 재료 찌꺼기는 물론 기름과 요리 잡내까지 씻겨나갑니다. 물로 헹궈주는 것만으로 설거지를 끝낼 수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기기 시스템에 내장된 ‘레시피’를 추가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쿠첸은 ‘스마트 쿠킹’이라는 어플을 통해 추가 레시피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추가된 레시피는 기기로 전송되지 않습니다. 가격은 119만원. 비싸다고 생각할수 있습니다. 근데 같은 제품인 독일의 ‘써머믹스’의 절반 가격임을 감안하면 납득이 안되는 가격은 아닙니다.
park.jiye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