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 동결 後 단계적 비핵화’ 정책
바이든 당선인 귀기울이게 해야
북미협상파 학자와도 소통 필요
취임전까지는 ‘접촉 조심’ 경계론
미일 밀착…한국외교에 도전될 것
“바이든 당선인의 외교·안보 그룹에서는 한국 전문가가 아니라 미국 내 비핵화 전문가 그룹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들의 ‘先 동결 後 단계적 비핵화’라는 의제가 정치적으론 인기가 없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들과의 소통을 통해 바이든 당선인이 역설적으로 이 사람들의 말을 듣게 만들어야 합니다”
김준형(사진) 국립외교원장은 9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 초청 ‘미국 대선 결과 분석 및 한미관계 전망’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원장은 이날 바이든 시대에 우리나라가 대미관계·대일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복안을 제시했다.
김 원장은 바이든 당선인의 외교·안보팀을 ▶한국 전문가 그룹인 대북 강경파 ▶과거 미국 민주당 내에서 실무 협상을 담당해온 협상파 그룹 ▶미국 내 비핵화 전문가 그룹 ▶미 의회 내 종전선언 결의안 주도하는 한반도 평화체제 지지 그룹으로 나누고 대북관계를 풀어갈 핵심으로 비핵화 전문가 그룹과 한반도 평화체제 지지그룹과 채널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한 사람의 대통령이 강조되는 미국에서 취임식이 열리는 내년 1월 20일까지는 (접촉을) 조심해야 한다”며 “지금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큰 자리를 못 할 사람이다. 오히려 한, 두 걸음 떨어져 정식 캠프에 속하지 않으면서 북미관계 협상파인 학자·자문단·오피니언 리더와 소통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이든 시대의 대일관계와 관련해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하게 되면 미일 관계는 분명하게 좋아진다. 일본과의 문제가 우리나라에 상당한 도전이 될 것”이라며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시대를 돌이켜보면 미국에선 한국을 패싱 했고, 일본은 계속해서 한미관계를 이간질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바이든 시대가 중국 영향력이 과해지기 이전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일본은 이틈에 미국을 도우면서 재무장하면 미국이 고립주의로 돌아가더라도 자신을 지킬 힘이 생긴다고 분석한 상황이니 우리 대처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바이든 시대를 ‘가치와 규범, 동맹이 중시되는 세계로의 회귀’라고 예측했다. 또, 오바마 시대의 ‘전략적 인내’의 경우 ‘더이상 정책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바이든 당선인은 가치, 규칙, 규범을 중시하면서 동맹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바이든 당선인은 국제정세에서 협력 질서와 다자주의를 회복할 것이다. 우리에게 있어 미·중 갈등을 풀어낼 수 있는 키는 남북관계”라고 밝혔다.
그는 “방위비 분담금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 개인이 비토(거부)했으니 쉽게 해결될 것”이라며 “바이든 시대에 한미관계는 긍정적으로 보지만, 북미관계가 어려워질 것이라 예측하는 사람이 많은데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동시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략적 인내라는 스스로 실패한 전략을 가져올리 없다. 그때는 맞아도 지금은 틀릴 것”이라며 “미국 민주당은 보텀업(bottom-up) 방식을 좋아하는 협상파이기에 우리나라에서 이걸 120% 활용해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그는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쫓겨가는 모습으로 물러나 바깥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할 것”이라며 “이는 미국 정치계에 엄청난 불행이 될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했다.
이날 강연에는 민평련 대표인 우원식, 설훈 의원을 비롯해 오영훈, 윤관석, 소병훈, 홍익표, 김영진 의원 등이 참여했다. 김용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