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위, 13일 2차 회의 진행
여야가 포함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들이 각각 명단을 제출해 처장 후보군이 11명으로 확정되며 본격적인 검증작업이 시작됐다. 하지만 대통령에게 올리는 2명의 최종 후보를 뽑기까지 여야간 충돌과 힘겨루기가 계속돼 결론을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야당 측 추천 후보는 스스로 “공수처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견을 공공연히 제시하는 등 최종 후보 압축과정에서의 파행 가능성이 높아졌다.
10일 여야는 전날 접수된 후보군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야당측이 추천한 공수처장 후보 들을 두고 “검찰을 제대로 견제하는 공수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우려 된다”며 “공수처가 검찰의 이중대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공수처가 검찰 견제의 역할도 해야겠지만 그게 주목적은 아니고 고위공무원들의 범죄에 대한 수사가 주목적”이라고 받아쳤다.
추천된 당사자로부터 공수처 자체를 부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양당측 추천 후보인 서울동부지검 검사장 출신 석동현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야당측의 공수처장 후보추천 요청을 받고 수락하기는 했지만 마음은 착잡하다”며 “개인적으로 공수처는 태어나선 안될 괴물기관” “애당초 작년에 국회에서 공수처 설치법을 당시 야당이 무기력하여 못막은 것이 화근”이라고 했다.
전날 추천위가 밝힌 후보 명단을 보면 여야간 시각차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여당측 위원과 추미애 법무 장관은 전종민·권동주·전현정 변호사 등 3명을 올렸다. 모두 검사가 아닌 판사 출신 50대 법조인이다.
야당측 위원들은 석동현·손기호·김경수·강찬우 변호사를 추천했다. 이들 4명은 모두 검사출신이다. 추 장관과 함께 당연직 후보추천위원인 조재연 법원행정처장과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역시 검사 출신을 후보로 추천했다.
추천위원들은 11명의 후보 중 우선 다른 위원이 추천한 후보 가운데 적합하지 않은 인물을 먼저 추린 후, 상대적으로 더 적합한 인물들을 선별한 다음 13일 2차 회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부적격자’를 자체적으로 먼저 가려낸다는 것이다.
추천위는 위원 7명 중 6명의 찬성으로 공수처장 후보 2명을 선정해 대통령에게 추천하며,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지명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게 된다. 하지만 2차 회의부터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한 법사위 관계자는 “회의가 제대로 진행 되겠느냐”며 “거의 중단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후보들이 추천됐지만 최종 압축은 쉽게 되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발의한 공수처법 처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야당측의 거부권이 삭제된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법조계에선 여당이 무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공수처 출범이 급한 건 여당이란 점에서 보자면 야당 측의 추천 요구를 아예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 본다”며 “최종 후보 2인 중 한 사람을 문 대통령이 지명하는 구조인 만큼, 적어도 1명은 야당 측 추천 후보 중 가장 무난한 인사로 구색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안대용·홍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