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이대로는 못 내! 영수증 공개해!”
통신사들이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놓고 정부와 이동통신업계의 갈등이 극에 치닫고 있다. 주파수 할당료 이른바 ‘돈’폭탄 때문이다. 초유의 일이다. 규제 산업인 통신업체들이 정부에 대놓고 반기를 드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통신3사는 똘똘 뭉쳐, 정부를 상대로 과거 주파수 대가의 세부 산정 근거를 투명하게 밝히라는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나섰다. 주파수 가격이 어떻게 책정됐고, 근거가 뭔지 일종의 주파수 ‘영수증’을 세세하게 공개하라는 ‘초강수’를 둔 셈이다.
현재 통신3사가 2G, 3G, 4G에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은 총 410㎒다. 이중 SK텔레콤 95㎒, KT 95㎒, LG유플러스 120㎒를 재할당 받는다.
재할당 가격으로 과기부는 5조5000억원, 이통사는 1조6000억원을 각각 책정하면서 4조원에 달하는 가격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12일 입장문을 통해 “정부와 주파수 재할당대가 산정방식에 대해, 이통3사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담당 행정기관은 정보공개 청구를 받으면 10일 안에 청구자에게 정보 공개여부에 대한 답변을 해야 한다.
이통3사는 이번 정보공개 청구에서 “과기정통부는 지난 10년간 이루어졌던 신규 주파수 경매 시 최저경쟁가격 및 재할당 주파수 대가의 세부 산정근거와 방식을 명백히 공개해야 한다”며 “이번 재할당대가 산정방식이 전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원칙이나 지금까지의 기준과 다르게 이뤄지는 배경과 이유에 대해 투명하고 명확한 설명이 수반돼 한다”고 요구했다.
이통3사는 이미 여러차례 전문가 의견을 포함해 합리적인 가격 산정방식을 과기부에 전달했지만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3사는 “정부는 이통사와 아무런 협의 없이 자체적으로 재할당대가 산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주파수 재할당대가 산정이 전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방식이나 신규 주파수 할당에서 이뤄진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산정될 것을 우려해 이를 확인하고자 이번 정보공개 청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산정방식을 적용할 경우 1년 전 이를 알려야하는 절차의 의무도 과기부가 지키지 않고 있다고 이통3사는 주장했다.
3사는 “기존과 전혀 다른 대가산정 방식을 제시하는 것은 관련 규정에도 맞지 않으며 절차적으로도 심각한 하자가 있다”며 “전파법상 재할당에 대해 과기부가 새로운 조건을 붙이려는 경우에는 이용기간이 끝나기 1년 전에 미리 주파수 이용자에게 알리도록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주관 연구반에서 일방적으로 검토한 새로운 대가방식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도 거듭 밝혔다.
3사는 “최근 언론, 학계, 국회 등에서 벌어지는 재할당 대가 산정 관련 논란을 고려해 볼 때, 투명한 산정방식 공개는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며 “이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 및 이해당사자 간의 심도 깊은 토의 또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헤럴드DB] |
재할당 대가 산정 기준에서 갈등의 핵심이 되고 있는 것은 ‘과거 경매가’ 반영 여부다. 신규 주파수 경쟁이 아닌, 기존 주파수 사용을 ‘연장’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과거 경매가를 기준으로 삼았다. 업계 반발이 클수 밖에 없다. 업계에선 “수요도 없는 집의 월세를 인상한 격”이라는 말이 나온다.
통신3사는 앞서 공동문에서도 “경쟁적 수요가 없이 재할당하는 상황에서 경쟁적 수요가 가장 많이 반영된 과거 경매대가를 100%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과거 경매 낙찰가는 사업자의 경쟁 가치, 신규서비스 수익성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됐지만 재할당은 이용자보호가 목적이라 경쟁가치, 투자 효과 등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급기야 이통3사는 차라리 경매를 통해 주파수 가치를 재평가하자는 주장도 내놨다.
업계는 “정부의 재할당 대가 산정 방식이 사업자가 평가하는 주파수 가치와 큰 격차를 보인다면 시장 가치를 반영하려는 정책 기조에도 맞지 않다”며 “정부의 현재 방식으로 재할당 대가가 결정될 경우 사업자는 주파수 재할당, 신규 주파수 확보 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기존 경매와 같이 관련 규정에 의거한 최저경쟁가격을 산정하고 경매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를 요청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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