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론부터 보수결집 우려론까지
국민의힘, 적폐청산 지휘 앙금속
보수 1위·지향점 비슷 딜레마
윤석열 검찰총장 대망론에 여야는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급부상을 평가절하하면서도 경계하는 여당과 그가 우리편인지조차 헷갈리는 야당 모두 윤 총장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윤 총장의 지지율을 보는 시각이 엇갈린다. 12일 한 초선 의원은 “(윤 총장의) 언론 노출이 계속 되면서 거품처럼 인기가 잠깐 오른 것이지, 이를 확대 해석할 필요가 전혀 없다”면서도 “당 내에서 윤 총장의 지지율을 예의주시하는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아무리 윤 총장이 대권 욕심이 있다고 해도 검증대에 오르면 여러가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대망론을 일축했다.
당 내에선 윤 총장의 급부상이 야당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야권 대권주자로 야당 인사가 아닌 검찰총장이 거론되는 것은 결국 야당에 인물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야당에서 대안 인물이 나오면 윤 총장의 지지율은 곧바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일부는 윤 총장의 대망론이 보수층의 결집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내놨다. 여권 한 관계자는 “야권의 대권 인물이 없어서 지지층의 결속력이 약했던 상황에서 윤 총장의 급부상이 이들의 결집을 주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추 장관의 거침없는 맹공이 윤 총장의 존재감을 불필요하게 키웠다는 점도 뼈아프다. 민주당 지도부가 추 장관 측에게 언행을 조심해달라는 요청을 전달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당 관계자는 “추 장관이 각종 돌발 발언으로 윤 총장과 각을 세우면서 오히려 (윤 총장의) 대중 인지도를 높여준 측면이 있다”며 “검찰개혁보다 두 사람의 싸움이 부각되는 것 같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다수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 총장이 정부여당에 맞설 ‘잘 드는 칼’로 정계 진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데 뜻을 모았다. 하지만 그가 어느 진영에 몸 담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이날 당 회의에서 “윤 총장 이 정부에 소속된 검찰총장인데 어떻게 이런 현상이 될 수 있겠냐” 반문하며 현 정부의 실정에 따른 반작용임을 강조했다.
윤 총장이 결국 국민의힘과 손 잡을 것으로 보는 의원들은 모두 ‘조직’을 이유로 꼽았다. 국민의힘은 전통적으로 율사(律士)색이 짙다. 의원과 당 소속 핵심 인사 중 상당수가 판·검사와 변호사 출신이어서 정치 기반 없는 윤 총장이 ‘라인’을 만들기에 최적 조건이란 것이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검찰은 혼자서도 권한이 크지만, 정치 영역에선 조직이 없다면 행동 반경의 제약이 크다”며 “가장 큰 물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총장과 국민의힘의 지향점이 비슷한 것도 야권에서 ‘우리편’으로 보는 이유다. 윤 총장은 인사청문회 때 정치권의 예상보다 더욱 보수적인 성향을 내보였다. 그는 국회에 낸 서면 답변서 중 정치 성향을 묻는 질의에서 “급진적 변화보다 점진적 변화를 중시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주적이 어디 있느냐는 물음에는 바로 “북한”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윤 총장의 합류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의원들은 그와 몇몇 국민의힘 인사들 간 남아있는 앙금을 거론했다.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출범 직후 서울중앙지검장을 꿰차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의 이른바 ‘적폐청산’수사를 진두지휘했다.
한 중진 의원은 “윤 총장을 여전히 문 정부 탄생의 1등 공신으로 보는 인사들이 있다”고 귀띔했다. 당내 최다선(5선)인 정진석 의원은 통화에서 “정치에 뜻이 있는지도 짐작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현직 검찰총장이어서 논평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다”고 했다.
이현정·이원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