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도 안정적 근무환경 매력 더해
국내 오피스 공급 확장 제한적…수요는 증가세
오피스, 리테일과 달라 개별적으로 못움직여
‘강남’ 권역 가치 계속 될 것
[대담=권남근 건설부동산부장·정리 성연진 기자] “다른 해외 지사와 이야기할 때 한국은 놀랍도록 코로나 19 관리가 잘된다고 감탄을 하곤 한다. 영국 런던이나 호주 멜버른을 비롯해 인도와 같은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곳들은 아무래도 전체 ‘락다운(lockdown)’이 있다보니 (한국에선) 업무가 빈 곳 없이 유지된다는 걸 신기해한다.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국가 기준, 중국을 제외하고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지사가 있는 국가에서 상주 근무 인력이 25%를 넘기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최근 만난 황점상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이하 C&W) 코리아 대표의 말이다. 황 대표는 전 세계 60개국, 400여 지사를 운영하는 글로벌 종합부동산 서비스사인 C&W내에서도 한국 지사의 코로나19 대응에 감탄을 하고 있다고 했다.
황점상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 대표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서울 오피스 수요는 줄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섭 기자] |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C&W는 확고한 선두주자다. 반얀트리 서울이 된 남산 타워호텔 매각자문을 비롯해 판교 아브뉴프랑, 광화문 디타워, 원마운트몰 등 컨설팅 및 임대자문도 맡았다. 커피빈, 스타벅스, 자라, 나이키를 비롯해 블루보틀까지 국내의 플래그십 및 임대차를 진행했다.
2009년부터 C&W 코리아를 이끌어고 있는 황 대표는 앞서 LG백화점 근무 시절부터, 신규 사업 입지를 분석하고 멀티플렉스나 대형 식음료 업장의 입점도 담당했다. 단순 최고경영자가 아니라, 상업용 부동산의 개발과 투자·운영 모두를 아우르는 팔방 미인으로 꼽힌다. 황 대표에게 코로나19로 산업 생태계가 달라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 현황과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코로나19에도 올해 프라임 오피스 빌딩 거래대금이 지난해의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실물 경기 위축과 대조되는 움직임이다.
▶오피스와 실제 소비자를 직접 대면하는 쇼핑센터, 백화점, 상가 등 리테일 자산은 다르다. 은행이나 보험사를 제외하곤 오피스는 기본적으로 실물 경기에 따른 고용 변화가 거의 없기 때문에 임대 시장이 견조한 흐름을 보일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고용시장이 유연하지 않아 경기와 고용 지표가 바로 일치하지 않는다. 경기가 안좋다고 일할 사람을 갑자기 줄이고 사무실 자리를 빼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실제 경기 지표도 좀 더 면밀히 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로 소비 자체의 감소폭은 전년 대비 1%대다. 유통 채널이 바뀌어 오프라인 상점이 안좋아지다보니 체감이 확대된 것이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어려울 지 몰라도 제조업을 하는 대기업이 입주한 오피스라면,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이후에도 지금보다 더 성장 가능할까?
▶올해 한국은 해외 투자가 막히고, 호텔이나 리테일의 업황 악화로 국내 유동성이 오피스나 물류에 집중된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 쏠림은 전 세계적으로 똑같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또다른 팬데믹에 대비해 유연근무제나 재택근무제와 관련한 매뉴얼을 마련하고 있는 곳이 많다. 사무실 내 거리두기를 감안하면 탄력적 운영을 위해 더 공간을 넓게 쓸 가능성이 높다. 실제 최근 입주하는 기업들은 좁은 공간을 나눠 쓰는 것보다 하나로 합쳐 더 넓은 공간에서 효율성을 높이고자 한다.
-해외에선 코로나19 이후 유연 근무, 재택 근무 확대로 주택시장에서 굳이 비용이 비싼 직주근접에 살 필요가 없다는 보도도 나온다. 그렇다면 오피스 역시 서울 강남, 광화문, 여의도, 경기도 분당 판교 등에 비싼 지가와 임대료를 감당하며 유지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오피스는 리테일과 달리 개별성이 없다. 예컨대 쇼핑센터는 베드타운이든, 외곽이든 상권 내 소비수요가 있으면 지어도 되지만, 오피스는 집단적으로 모여야 효율이 높아진다. 컨설팅회사라면, 고객을 만나는 방법이 화상도 있고 전화도 있다. 그럼에도 경쟁사가 직접 만난다면, 오프라인 만남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강남’ 의 상징적 위치는 이어질 것으로 보는가. 얼마전 현대해상 강남사옥이 국내 상업용 빌딩 역대 최고가(3.3㎡당 3400만원·매각규모 3600억원)를 기록했다.
▶한국은 지리적 특성상 경제축이 서울 북쪽이 아닌 남쪽으로 확장될 수 밖에 없다. 강남은 IT 뿐만 아니라 생산과 서비스가 모두 혼합돼 있다. 펀더멘탈 자체가 강하고, 심지어 2년 뒤 공급될 오피스도 이미 임차가 완료됐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에다 컨벤션센터와 같은 마이스(MICE) 복합개발 등 총량적으로 확대될 수 밖에 없다. 싱가포르나 홍콩, 상해 혹은 도쿄를 대체할 국제도시로서의 잠재력이 부각되면 수요또한 따라올 것이다.
-주택시장만큼은 아니지만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값이 많이 올랐는데 과도한 유동성에 따른 거품은 아닌가
▶한국 총 오피스 물량이 경제규모에 비해 크지 않다. 대개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대부분 아파트가 먼저 개발되고 그 다음 남은 땅에 오피스가 들어가다보니 확장성이 떨어진다. 가용지도 부족해 더 짓기가 쉽지 않다. 공급 확대로 일시적인 공실률 증가가 있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공급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가격을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 인구나 총생산 및 소비 측면 등도 고려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서울과 부산을 비교하면 서울이 비싸다. 하지만 서울이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비해선 싼 편이다.
황점상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 대표가 자사 회의실에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리서치팀이 굉장히 잘 돼있는 것으로 안다. 코로나 전후 보이는 지표 중 가장 유의미한 것은 무엇이며 어떤 의미를 담았나.
▶저희 리서치팀에선 크게 두 가지 조사를 했다. 먼저, 리테일 부문에서 주요 상권 임차인 대상으로 200여군데 조사를 했다. 그 결과 한국은 생산기지 면에서는 글로벌화되지 않았으나, 관광 및 소비면에서는 이미 상당한 세계화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 정도가 클수록 타격이 컸다. 예컨대 이태원보다는 국내 수요 비중이 높은 경리단길이 그나마 나았다. 명동이나 홍대 등 외국인 관광객이 리테일 수요 상당수이던 곳은 더 타격이 컸다. 반면 내국인이 많이 찾는 강남역 같은 곳은 이들 보다는 영향을 덜 받았다.
오피스에선 근무여건 만족도를 물었다. 국내·해외사와 임대·임차인 모두 진행했다. 해외 기업은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으로 보수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반면 국내 기업은 전체적으로 업무공간을 확장하고 있었다. 이 역시 고용과 노동 관련 법률과 관계가 있다. 만약 확장이 안되면 지가가 더 낮은 2급지로 가더라도 오피스 면적을 늘려 효율성을 도모했다. 특히 코로나19에도 잘되는 회사들인 물류, IT계열 혹은 플랫폼 회사들은 확장의지가 높았다. 실제 이들은 보안문제나, 토론하며 아이디어를 모으는 브레인스토밍 등의 이유로 재택근무가 사실상 어려운 회사들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오피스 시장은 활성화되는 것인가
▶주식도 마찬가지지만, 상업용 부동산도 심리적 영향을 많이 받는다. 리테일 부분은 보수적으로 봐야하겠지만, 오피스는 수요가 계속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실 면적 수요와 시장에서의 가격 상승은 별개로 봐야 한다. 거래가 많아서 가격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 다른 이유로 수요 자체가 늘어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내의 안정적 임차 구조를 가진 곳은 늘 해외 기관 투자자들에게도 관심이 높다. 시장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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