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하반기에 신제품이 연이어 나온대서 기대했는데…아이폰 할아버지가 와도 안될 것 같아요.”
편의점·치킨집만큼 많았던 동네 휴대폰 대리점이 사라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후 하반기 반등을 꿈꿨지만, 역부족이다. ‘자급제 단말기+알뜰폰’ 조합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휴대폰 구입 패턴 자체가 바뀌면서 점차 사양산업이 되고 있다. 애플 신작 아이폰12 효과도 누리지 못하게 되자 종사자들은 ‘곡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30일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12, 아이폰12 프로는 아이폰 시리즈 역대 최고의 흥행을 누리고 있다. 출시 후 1주일여 만에 30만대 이상 팔린 것으로 전해졌다. 자급제 물량까지 더하면 ‘역대급’이다. 없어서 못 팔 정도다.
특히, 온라인을 통한 구입 전쟁이 극심했다. 쿠팡과 11번가 등 일부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순식간에 매진행렬을 이어갔다. 구매자들이 몰리면서 서버가 다운되는 현상도 나타났을 정도였다.
아이폰12 [SK텔레콤 제공] |
코로나19 여파에 고전을 면치 못하던 이동통신업계는 아이폰12 호황에 활짝 웃었다. 애플 첫번째 5G(세대) 단말기란 점에 힘입어, 5G 가입자도 아이폰12가 출시되자 마자 1000만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역대급’ 아이폰12 호재마저도 피해간 곳이 있다. 바로 영세한 휴대폰 대리점·판매점이다.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한 휴대폰 대리점 관계자는 “연초부터 코로나19로 매출이 반토막이 난 상황에서 하반기에는 조금이나마 아이폰12 덕을 볼까 했는데 파리만 날린다”며 “다들 역대급 흥행이라는데, 대리점 입장에선 체감이 안된다. 남의 나라 얘기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휴대폰 대리점의 몰락은 근본적인 소비 패턴 변화와 자급제 휴대폰에 대한 수요 증가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이폰12 예약이 시작된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휴대전화 판매점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연합] |
우선, 비대면 트렌드 확산으로 온라인을 통한 개통이 크게 증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통신3사 공식 온라인몰, 쿠팡, 11번가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휴대폰 구매가 전년대비 30% 이상 늘었다. 굳이 매장에 갈 필요 없이 간편한 주문과 빠른 배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구매에서 우려되는 과도한 부가서비스 가입 등 문제도 피할 수 있단 장점도 있다.
여기에 자급제 열풍도 한몫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등으로 휴대폰 공시지원금이 크게 낮아지면서 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단말기를 구입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들은 단말기를 일시금으로 구매한 후 상대적으로 값싼 알뜰폰 통신사에 가입하는 조합을 선택한다. 5G가 아닌 LTE(롱텀에볼루션)을 사용하고 싶은 소비자 또한 ‘자급제폰+알뜰폰 서비스’ 조합을 선택한다.
페업 후 임대문의 표시가 붙은 휴대폰 대리점 [사진=김민지 기자/jakmeen@] |
실제로 휴대폰 매장 생존율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올 2분기 서울 시내 휴대폰 매장의 3년 생존율은 52.1%로 3년째 감소 중이다. 지난 2018년 생존율은 54.1%, 지난해는 53%였다. 개점한 매장 절반은 3년 안에 문을 닫는단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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